폭염 속에서 달리는 법 1

기사작성 : 2018-08-01 17:45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한다고 해서
러닝마저 뜨거워질 필요는 없다

본문


러너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날씨가 바로 더위다. 사실 러너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는다. 특히 올 여름 한국의 러너라면 새벽, 늦은 밤에 달리러 나간다. 혹은 시원한 실내 체육관으로 가 트레드밀 위에서 달린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포르투갈의 육상 스타 ‘마리아 페르난다 모헤이라 히베이루(Maria Fernanda Moreira Ribeiro)’는 덥고 습한 날씨인데도 10000m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경기 당일 습도는 60%, 기온은 섭씨 27.7도였다. 그녀의 기록은 31분 1초 63이었다. 16년 뒤 2012년 런던 올림픽 10000m 경기가 열린 날은 날씨가 더 좋았다. 그런데도 그녀의 기록은 상위 10등 안에 들었을 기록이었다. ‘마리아 페르난다 모헤이라 히베이루’의 기록은 신체가 열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코네티컷 대학의 온도 연구원인 로렌스 암스트롱(Lawrence Armstrong)은 사람의 몸이 고온에 적응하는 능력이 추위를 비롯한 여타 환경적 요인에 적응하는 것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2015년 1월 <복합 생리학(Comprehensive Physiology)>지에 흥미로운 주장이 실렸다. 다니엘 리버만(Daniel Lieberman)은 신체가 더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이유가 인류의 조상이 한낮의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냥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폭염을 견딜 수 있게 진화하면 상대적으로 폭염에 약한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쉽다. 인류는 전 세계로 흩어졌지만 여전히 더위를 견디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더위를 견디며 달리도록 진화했어요.” 비록 더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더위는 러너들의 페이스를 떨어트릴 수 있다. 온도계의 수은주가 올라가면 러너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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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섭씨 10~15도
많은 러너들이 덥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긴 거리를 달릴 때면 이 정도 기온도 러너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스포츠와 운동에 대한 의학 및 과학(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에 연구가 하나 발표됐다. 물리학자 매튜 엘리(Matthew Ely)가 이끄는 실험 팀은 기온(섭씨 5도~25도 사이)에 따라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스 마라토너를 연구했다. 기온의 변화에 따라 러너들의 신체능력을 측정했다. 일반적으로 덥다고 느끼지 않는 섭씨 10~15도 사이에서 러너들의 신체능력이 떨어졌다. 2시간 10분에 풀 코스를 완주하는 엘리트 선수의 경우 1~2분 정도 기록이 떨어졌다. 3시간 이내 풀 코스를 완주한 남성 러너의 경우는 대략 4~8분 가량 기록이 떨어졌다.(이 연구에서 이보다 느린 러너들은 다루지 않았다.)

프랑스 국립 스포츠 체육 교육원(the French National Institute of Sport and Physical Education)에서 최근 2백만명의 마라토너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엘리트 선수들에게 최적의 기온은 섭씨 4도 이하였다.

생리학적으로 더운 날 뛰는 것은 러너의 근육에 효율적이지 않다. 오타와 대학의 온열 인체공학 연구소(Thermal Ergonomics Laboratory) 연구원인 야닉 몰가트 션(Yannick Molgat-Seon)은 근육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80%는 열 에너지로 변한다고 설명한다. 추운 날씨에는 이 비효율적 현상이 체온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신체는 체내의 열에너지를 배출해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땀이다.

“사람이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리면 피부로 가는 혈관의 혈액 순환이 빨라집니다. 체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죠.” 혈액이 피부로 산소와 에너지를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즉 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줄어든다. 그로 인해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이 줄어들어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더운 날씨에 운동을 하면 혈액은 근육보다 피부로 더 많이 흘러간다. 심지어 땀을 흘리지 않더라도 기온이 올라가면 근육보다 피부로 산소가 더 많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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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섭씨 15.5도~20.5도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르면 대부분 러너들은 덥다고 느낀다. 러너들은 달리기 좋은 날씨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다니엘의 러닝 포뮬러(Daniel’s Running Formula)>의 저자인 잭 다니엘(Jack Daniel)은 기온의 변화에 따라 러너들의 운동 능력의 변화를 계산하는 식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런 스마트 프로젝트’ 계산법에 따르면 섭씨 20.5도에서 10K 주자는 1.7% 느려진다. 즉 1.6km 당 6초 이상 페이스가 떨어진다. 세계 정상급의 엘리트 선수들은 1~4분 가량 느려진다. 그러나 몇몇 선수들은 유전적으로 더위에 더 약하므로 이 결과값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러너가 더운 날씨에 달리기 시작하면 러너의 신체는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날씨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암스트롱은 러너가 더위 속에서 달리면 1주 안에 혈관 안의 혈장이 팽창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 현상으로 인해 러너들의 몸무게가 0.5kg에서 1kg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 혈장이 팽창하는 이유는 러너가 달릴 때 탈수 증상이 없이 땀을 흘릴 수 있게 몸이 적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근육의 움직임을 과도하게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피부에 혈액을 공급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다른 적응은 운동이나 러닝을 시작하기도 전에 땀이 먼저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신체는 앞으로 다가올 체온 상승을 예측하고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면서 염도도 낮다. 체내의 나트륨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심장 박동수도 느려진다. 심실에 피가 가득 차고, 한번에 혈관에 더 많은 피가 돌게 만든다. 암스트롱은 이 현상을 ‘스트로크’라고 부른다. “심장이 뒬 때마다 체온을 내리기 위해 근육이 움직일 뿐만 아니라, 한번에 심장이 더 많은 피를 혈관으로 보냅니다.”

러너가 8일~14일 정도 적응훈련을 거치면 뜨거운 날씨에도 달릴 수 있다. 브렛 엘리(Brett Ely)는 메사추세츠 주의 나틱(Natick)의 육군 연구소에서 온도 연구원으로 일했다. 브렛은 수년 간 미군이 이라크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최적의 훈련 방법을 연구했다. 그녀는 군인들이 최소한 열흘 동안 기온 적응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단번에 뜨거운 날에 달리려고 하면 안됩니다. 열흘 정도 시간을 두고 점차 뜨거운 날씨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만약 높은 고도에서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면 바로 강도가 높은 운동을 시작하지 않겠죠. 대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데 집중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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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섭씨 21.1도~26.1도
매튜 엘리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엘리트 마라토너들은 이 기온에서 3분 가까이 느려진다. 남성 서브3(sub-3, 3시간 이내 마라톤 풀 코스 완주) 러너들은 20분 가까이 느려진다.

브렛은 21.6도의 덥고 습한 날씨에서 달린 경험이 있다. 2010년 마이애미 마라톤이었다. 그녀는 달리기 전에 2시간 40분이면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녀는 2시간 40분 페이스에 맞춰서 뛰지 않았다. 그녀의 최종 기록은 2시간 45분 36초였다. 그러나 그녀는 2시간 38분의 기록을 가진 다른 여자 마라토너를 제치고 우승했다. “제가 승리한 이유는 평소의 목표 페이스에 맞춰서 뛰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브렛 엘리의 우승은 남편인 매튜 엘리의 실험 결과를 일부 보여줬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위에 더 강하다는 사실이다. 브렛은 기존 기록에 비해 5분 정도 느려졌다. 그러나 매튜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2시간 45분대에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하는 남자 마라토너들은 2시간 55분 이후에 완주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요소는 몸집이다. 체구가 작은 러너가 체구가 큰 러너보다 더 효과적으로 체온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더운 날씨에 체구가 작은 마라토너들이 더 높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몸집이 작으면 덥고 습한 날씨에 더 잘 견딜 수 있다.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시아 투과니(Joshia Thugwane)’의 몸무게는 44kg이었다. 은메달을 딴 이봉주도 체구가 작았다. 그는 55kg이었다.

더위와 몸집의 관계는 비단 마라토너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체열에 쓰러지는 러너들(Lore of running)>의 저자인 운동 물리학자 티모시 녹스(Timothy Noakes)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남자 러너들을 두고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우선 트레드밀에서 8km를 뛰는 남자 러너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1그룹은 49kg 이하의 러너들로 구성하고 2그룹은 평균 58kg의 러너들이었다. 실내 온도가 낮을 때 두 그룹의 속도는 비슷했다. 그러나 실내 온도가 35가 넘어가자 차이가 벌어졌다. 몸집이 작은 러너들이 큰 러너들보다 1.6km당 45초가 빨랐다. “몸무게와 날씨의 관계는 추운 날씨에도 유사합니다. 몸집이 클수록 열에 더 강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에 유의해야 합니다.”


섭씨 27도 이상부터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 여름에 달릴 때 지켜야할 기본적인 규칙은 두번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 원문, , Richard A. Lovett.
https://www.runnersworld.com/advanced/a20807880/summer-running-how-to-stand-the-h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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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리차드 A. 러벳(Richard A. Lovett)

<러너스월드> 글로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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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18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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