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마라톤의 끝판왕, 후드 투 코스트

기사작성 : 2018-08-31 17:53

199마일을 29시간 5분 45초 08 동안
달리고 응원하며 전 세계 러너들을 만났다.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러너들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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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리는 것이 두려웠다. 부상을 겪은 뒤, 러닝을 하면 아팠다. 통증은 내가 뛰면 안 된다는 신호였다. 결국 나는 달리는 것을 멈췄다. 내가 다시 달리게 된 건 그로부터 몇 달 후였다. 엠버가 ‘후드 투 코스트’라는 대회에 도전한다는 것을 들었다. 엠버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운동이 그녀를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러닝뿐 아니라 운동을 즐겼던 그 누구라도 보고 들으면 마음이 동할 만한 메시지였다. 나는 그녀의 용감한 선택을 응원했다. 그리고 나도 그 도전을 함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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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투 코스트’는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리는 릴레이 대회다. 대회 이름을 풀이하자면 ‘후드산에서 씨사이드 해변까지’다. 주자를 바꿔가며 쉬지 않고 산에서 바다까지 달린다. 36개의 구간이 있고, 각 구간마다 달리는 거리와 환경이 모두 다르다. 나는 내 몫을 제대로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 목표는 통증 없이 10km 달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달려야 하는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호흡이 안정되면 조금씩 달렸다. 500m를 달리다 쉬고, 1km 뛰다 걸었다. 그리고 포틀랜드로 떠나기 바로 전날, 나는 결국 쉬지 않고 10km를 달렸다. 아프지도 않았다. 진짜 도전만 남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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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사람 중 이 대회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후드 투 코스트’는 포틀랜드 도시 전체 축제다. 그들에게 ‘후드 투 코스트’에 나간다고 하면 하나같이 묻는다. “몇 번째 주자야?” 그러고는 각 구간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후드 투 코스트’를 즐기는 팁도! 올해 대회는 24일 오전 9시에 시작됐다. 한국 팀의 이름은 ‘SEOULTIES’. 팀은 12명의 러너로 구성됐다. 엠버와 나를 비롯해 서울을 대표하는 러닝 크루의 러너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새로운 러닝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포틀랜드에 왔다. 크루 러너들은 대회 내내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과는 또 다른 대회 분위기가 그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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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들은 자신의 레그를 제외한 모든 거리를 밴으로 이동했다. 약 29시간, 1박 2일 동안 밴이 곧 집이었다. 불편할 법도 한데, 다들 즐거웠다. 어려운 도전을 진심으로 즐겼다. 누군가는 스스로를 ‘러닝 변태’라고 표현했다. 딱 맞는 표현이었다. 내 차례가 다가왔다. 나는 설레임보다 걱정이 앞섰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엠버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티가 났나보다. 엠버는 팔과 다리에 선크림을 발라주며 잘 할 수 있을 거라 말했다.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았다. 자연스레 긴장이 풀렸다. 그렇게 첫 레그(Leg, 구간)가 무사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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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후드 투 코스트’는 1,050팀이 출전했다. 참가자만 12,600명이다. 주자가 바뀌는 구간과 두 팀으로 나눠진 밴이 만나는 구간에는 사람들이 붐빈다. 달리는 사람들과 응원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각자 팀원들을 알아보기 위해 특별한 코스튬을 하는 참가자가 많다.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달리는 남자, 형광색 가발을 쓰고 뛰는 할머니, 분홍색 튀튀를 입은 소년까지. 각 구간마다 재미있는 코스튬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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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투 코스트’의 꽃은 마지막 100m다. 마지막 주자가 해변으로 달려오면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러너들이 모여 마지막 코스를 달린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게 한다. “SEOULITES!” 우리팀 이름이 호명됐다. 마지막 주자였던 엠버가 뛰어들어왔다. 모두 소리를 지르며 결승선을 밟았다. 기록은 29시간 5분 45초 08이었다.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낯설고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이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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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투 코스트’, 안녕?
이곳에서 여러 러너들을 만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러닝은 뭘까? 나를 달리게 만드는 것은 뭐지?’


LEG 1. 좀비가 되어도 좋아
‘후드 투 코스트’에서 앞선 주자를 따라잡았을 때, ‘킬’했다고 표현한다. 반면 ‘킬’ 당한 주자는 ‘좀비’가 된다. 좀비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부지런히 달렸다. 마음 속으로 ‘로드 킬’ 수를 세면서. 그러다가 절뚝거리며 달리는 할아버지 러너를 ‘킬’하고, 둔탁한 발소리를 내며 자신의 무게를 이겨내는 러너를 앞섰다. 잠시 생각의 회로가 멈췄다. 러닝은 숫자로 표현될 수 없다. 그 이후엔 숫자에 상관없이 내 레이스를 펼쳤다. 좀비가 되어도 괜찮았다.

LEG 2. 기다림은 길고, 이별은 짧다
포틀랜드의 밤은 어둡다. 차가 지나가지 않을 때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앞서 달리는 러너의 헤드라이트가 유일한 불빛이다. 내 앞에는 한 명의 러너가 있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페이스로 달렸고, 우리의 간격은 한 동안 좁혀지지 않았다.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다. 힘에 부쳤다. 약 2마일쯤 지나자 점차 간격이 줄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녀의 발소리가 아득해졌고 나는 다시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LEG 3. 멈출 수 없어
나는 ‘후드 투 코스트’를 달리며 한 번도 멈춰 서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도 멈출 수 없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쯤엔 속도를 줄여 빠르게 걸었다. 조깅도 오래가지 못했다. 지나가던 운전자는 카우벨(Cowbell)을 흔들며 “굿잡(Good Job)”을 외쳤고, 주민들은 길가에서 시원한 물을 건넸다. 참가자들도 달리는 중에 힘든 러너들을 응원한다. 그들은 내가 다시 달릴 때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 다시 뛸 수밖에 없다. 응원의 힘이란 이렇게 강하다.



사진=나이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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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김지혜

<러너스월드 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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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18 12월호


전국체육대회에서 만난 육상 선수들의 표정에는 절실함이 가득했다.
러닝 장비를 고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최고의 아이템을 엄선했다.
도쿄 러닝 컬처가 궁금해서 도쿄의 러닝 크루들에게 직접 물었다.
빨리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달리는 것도 중요하다. "친구와 함께 하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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