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걸음으로 모두를 따돌린 남자

기사작성 : 2018-12-05 10:28

경보는 힘든 종목이에요. 보통 사람이라면 뛰어서도 닿기 힘든 기록을 김현섭 선수는 빠른 걸음만으로 너끈히 주파하죠. 그래도 김현섭 선수는 항상 웃어요. 경보가 재미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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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남자 경보 국가대표 / 삼성전자육상단 소속



10km는(를) 38분 13초, 20km를 1시간 19분 만에 주파하는 사람이 있어요. 일반 마라토너의 기록이 아닙니다. 경보 선수 김현섭이 걷는 속도랍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보다 빨리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런 놀라운 속도로 그는 대중들의 편견, 무관심을 따돌리며 최고의 자리를 향해 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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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선수는 IAAF(국제육상경기연맹)에서 쉽게 랭킹을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중 한 명이에요. 현재 그는 남자 경보 10km 부문 세계 랭킹 13위죠. 한때 여기에 3위까지 이름을 올리면서 선전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경보를 잘 몰라요.

한때 세계 랭킹 3위까지 올랐다고 하는데, 지금은 많이 떨어졌어요. 나이 탓인가요?
그건 아니에요. 최근 일본 선수들이 강세예요. 일본은 선수층이 우리보다 두꺼워요.

일본과 우리나라의 선수층이 얼마만큼 차이가 나는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팀에 속한 경보 선수들은 10명이 채 되지 않아요. 일본은 100명 이상 되고요. 10배, 20배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죠.

어린 선수들이 경보를 꺼리는 뭔가가 있나 봐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경보를 시작했어요. 저도 처음에는 사실 좀 민망했어요. 경보가 멋있는 종목은 아니잖아요. 친구 중 몇몇은 오리걸음으로 걷는다고 놀리곤 했죠. 같은 반 여학생들과 마주치면 숨은 적도 있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어린 선수들도 같은 마음일 거예요. 사춘기 때 다들 예민했잖아요! 경보를 가르칠 수 있는 지도자도 적어요. 그래서 어린 선수들이 선뜻 경보에 뛰어들 수 없는 걸지도 몰라요.

김현섭 선수는 스스로 경보를 하겠다고 나선 건가요?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육상의 거의 모든 종목을 다 경험해봐요. 이중 자신에게 맞는 걸 선택하죠. 저의 경우 경보가 처음부터 맞았던 건 아니고, 감독님이 추천해 주셨어요. 원래 중장거리 선수였는데 성적이 썩 좋지 못했거든요. 감독님이 “운동 그만둘래? 아니면 경보할래?” 이렇게 물어보길래 운동을 그만둘 수는 없어서 하게 됐죠.

흥미를 느끼고 운동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다른 육상 선수들보다 경보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어요. 훈련하면서 장난도 치고 하는 모습이 눈에 들었죠. ‘나도 저거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긴 있었어요.

선택의 순간에 운동을 그만두고 다른 걸 해볼 생각은 없었어요?
공부에 취미가 없었어요. 친구들하고 노는 걸 좋아했죠. 축구, 야구, 농구 등 밖에서 뛰어노는 걸 즐겼죠. 그리고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도중에 절대 그만두지 않기로 아버지와 약속을 했죠. 이 약속을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선수 말고 다른 길로 빠지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만약, 그때 감독님이 다른 종목을 추천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다른 종목에서도 열심히 했을 거예요. 결국, 돌고 돌아 또 경보를 하지 않았을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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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여전히 경보가 재미있나요?
네, 재미있어요. 어렸을 때는 잘 뛰는 선배들을 제쳐보고 싶었어요. 그런 다음 국가대표가 되는 게 목표였고요. ‘국대’가 되니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싶은 욕심이 저절로 생겼죠. 목표를 하나씩 세우고 이걸 깨는 재미가 있어요. 아직 금메달을 따진 못했거든요. 올림픽이든 아시안게임이든 메이저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최종 목표예요.

경보는 비인기 종목이에요. 선수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소외감이 엄청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연맹에서든, 팀에서든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이라고 추켜세워줘요.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죠. 언론사 인터뷰 요청도 많아졌고요.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좀 알아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기쁘기도 하고요.

지금 선수로 활동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게 있을까요?
음, 없어요! 회사에서 지원이 많아요. 연맹에서도 관심이 많고요. 운동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경보에 대한 인식도 좋아져서 예전처럼 놀리는 사람이 많이 줄었어요. 간혹 걷는 폼을 보고 따라 하거나 웃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것조차도 좋아졌어요. ‘이런 게 경보의 매력이지!’라고 생각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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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삼십 대 중반이에요. 은퇴를 생각하고 있죠?
네. 2020년 도쿄올림픽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까지 지금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선수 활동을 더 할 수도 있고요.

생각해 둔 목표가 100% 라면 지금 김현섭 선수는 몇 % 채워졌죠?
97%요! 부족한 3%는 정신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힘든 부분을 오래 참지 못해요. 지구력이 약한 거죠. 라이벌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가까이에 있다면 이런 한계를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장거리 훈련을 많이 하고 있어요. 30km 이상을 걷는 거죠. 이 훈련이 정말 힘든데, 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버티고 있어요.

달리기 훈련은 하나요?
아, 달리기 훈련은 잘 안 해요. 달리기 근육이랑 경보 근육이랑 아주 다르죠. 웬만하면 뛰지 않아요. 10~20분 정도 달릴까요?

마지막으로 경보 후배들에게 전할 말이 있을까요?
경보는 너무 인기가 없어요. 선수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건 응원인데 그런 게 없다 보니 혼자 뛰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죠. 후배들은 그런 기분이 들지 않게 제가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로 인해서 경보가 인기 종목이 되면 바뀔 수 있겠죠? “병광(최병광, 같은 팀 후배)아, 경보 외에 힘든 거 형들이 할 테니까, 너는 열심히 훈련만 하고 시합 뛰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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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윤성중

<러너스월드 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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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18 12월호


전국체육대회에서 만난 육상 선수들의 표정에는 절실함이 가득했다.
러닝 장비를 고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최고의 아이템을 엄선했다.
도쿄 러닝 컬처가 궁금해서 도쿄의 러닝 크루들에게 직접 물었다.
빨리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달리는 것도 중요하다. "친구와 함께 하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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