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마일이 아니다

기사작성 : 2019-04-10 12:03

마라톤은 26마일이 아니라 26.2마일이다
그 0.2마일이 드라마를 만든다

본문


마라톤은 26마일(약 41.8km)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제나 0.2마일(약 320m)을 더 가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이 마지막 구간이 승패를 가르며 메이저 대회 출전권 획득 성공 혹은 실패를 결정한다. 많은 마라톤 주자들이 26마일을 달린 것만으로도 해냈다고 생각하겠지만, 여전히 0.2마일이 남아있다.

“끝까지 완주했다면 몸 전체가 아플 거예요.” 데스 린덴(Des Linden)은 말한다. “하지만 완주하지 못했다면 고통스러울 거예요. 둘 모두 힘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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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킬렐



린덴이 2018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가 되기 전인 2011년 같은 대회로 돌아가 보자. 그녀는 다른 선수 2명과 함께 보일스턴가(Boylston Street)로 들어섰다. 결승점에 상당히 가까웠고, 안간힘을 써 선두를 탈환했다. 그러자 케냐 출신 캐롤라인 킬렐(Caroline Kilel)도 린덴과 발을 맞추며 물러서지 않았다. 마지막 320m가 남을 때까지 린덴은 킬렐보다 간신히 앞서 있었다. 숨 막히는 접전이었고 둘은 결승점을 향해 최고의 속도를 냈다. 결국 킬렐이 격차를 벌리고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린덴은 불과 2초 차이로 2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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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캐롤라인 킬렐과 데지레 린덴



막판 전력 질주는 기쁨, 좌절, 승리를 보여주는 무대다. 폴 터갓(Paul Tergat)과 헨드릭 라말라(Hendrick Ramaala)는 2005년 뉴욕 마라톤에서 막바지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다. 결국, 터갓이 3분의 1초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3분의 1초 차이로 2위로 밀려난 라말라는 결승점에서 쓰러졌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여자부 마라톤 경기가 열린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에서는 가브리엘라 안데르센-쉬스(Gabriela Andersen-Schiess)가 우승자보다 주목을 받았다. 그는 1위를 차지한 선수보다 20분 뒤처져 몸을 비틀거리며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영상 30도의 기온과 95%의 습도, 내리쬐는 햇빛에 그의 다리는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렸다. 그 모습에 의료진이 다가갔지만 그는 그들을 쫓아내고 0.2마일을 위해 휘청거리며 트랙 위를 달렸다. 관중들은 그의 고통스러운 발걸음이 결승점에 다다르는 동안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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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라 안데르센-쉬스



2017년 뉴욕 마라톤에서는 셜레인 플래너건(Shalne Flanagan)이 막판 전력 질주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18m를 남겨두고 두 주먹을 위로 뻗으며 “빌어먹을, 해냈다!(Fuck Yeah)”를 외쳤다. 이 명장면은 추후 광고에도 삽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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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뉴욕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는 셜레인 플래너건



이처럼 러너를 극도의 한계로 몰아붙이는 0.2마일은 대체 어쩌다 생겨났을까? 1908년 런던 올림픽 마라톤의 코스는 윈저 성(Windsor Castle)에서 출발해 화이트 시티(White City) 경기장에서 끝났다. 이때 거리가 26마일이었다. 고대 그리스 역사 속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에 의해서 생겨나 마라톤은 런던 올림픽 전까지 그 거리가 24마일 전후로 왔다갔다 했다. 하지만 왕실이 관람석 바로 앞에서 주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길 원하다는 이유로 320m를 추가했다. 이후 수년간 마라톤 코스의 길이는 24마일에서 26.2마일 사이를 오갔다. 1921년이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26.2마일로 정해졌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0.2마일만 남겨두었을 때 어떤 러너들은 벌써부터 ‘내가 해냈어!’라고 생각하며 결승점까지 설렁설렁 뛰어갑니다.” 올림픽 마라토너를 연구하는 스포츠 심리학자 스티븐 워커(Shephan Walker) 박사가 선수들의 심리 상태에 대해 말했다. “반면 0.2마일을 남겨두고도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어요. 이들은 ‘끝까지 못하겠어, 이게 내 한계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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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라톤 완주에 도전할 수 있다



이처럼 26마일 지점에 다다르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이제 0.2마일만 가면 된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좋다가도 이내 좌절감에 휩싸인다. 분명 짧은 거리지만 끝이 없다고 느껴지고, 신체와 정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길처럼 여겨진다. 26마일을 달려왔던 체력과 정신력에 따라 마지막 0.2마일에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없을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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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점에 도달했다면 아무것도 주저하지 마라. 두 손을 뻗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고통 속에 눈물을 흘려도 된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그동안 그렇게 훈련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발을 뻗어 완주해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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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메이어 어바인(Heather Mayer Irvine)

<러너스월드> 글로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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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19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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