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탐험이다

기사작성 : 2019-04-12 11:16

마라톤은 러너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낯선 세계에서 만나는 우연한 기쁨

본문


나는 두 번째 뉴욕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해 가을에 열리는 뉴욕 마라톤은 절대로 쉽지 않는 대회다. 이 대회를 준비하는 것만으로 여름을 통째로 빼앗길 정도다. 하지만 진취적이면서 즐거운 도전이다.

러너가 뉴욕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목에는 메달을, 몸에는 화려한 망토를 두르고 자신만만하게 거리를 걸어다닐 것이다. 이것만으로 마라톤 출전과 완주는 일생에서 가장 큰 추억과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힘에 겨워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사진은 가보처럼 오랜 시간 집안 벽에 걸려있을 것이다.


Responsive image


이처럼 러너가 장거리 러닝에 빠지면 일 년 52주 중 15번의 주말은 바쁘게 보낸다. 해마다 날씨가 따듯해지는 늦은 봄부터 러너들은 대회 준비를 위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러닝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설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인생의 목표가 오로지 “최대한 오래 그리고 더 멀리 달리기”에 집중된다. 한 시간에서 네 시간 계속 포장도로를 달릴 수도 있다. 달력에 매일 훈련 기록을 적어 놓고 빡빡하게 채워져 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뿌듯해질 것이다. 러닝을 마치고 오면 땀냄새가 진동하지만 훈련을 마친 성취감은 말로 다할 수가 없다.

나는 런던에서 러닝 덕분에 계획하지 않았던 소소한 기쁨을 느낀 적이 있다. 나는 전세계 도시 중에서 런던을 가장 좋아한다.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고 펍(Pub)에는 맛있는 맥주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나는 ‘팟캐스트 페스티벌(Podcast Festival)’에 참가하기 위해 런던에 갔다. 축제 현장에서 나는 수많은 방송 관계자와 작가, 코미디언을 만났다. 이들과 함께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음날 장거리 러닝을 해야 했다. 일찍 헤어져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런던 동부 지역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머릿속에 그리고 도로 위를 빠르게 달렸다.


Responsive image


달리기 시작한 지 20분쯤 지났을까. 예상하지 못했던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도로에 쏟아진 보행자들과 난폭하게 운전하는 택시들을 피하느라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다. 결국 원래 계획했던 코스를 빠져나와 한두 블록 떨어진 거리를 달려야 했다. 그 덕에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동네를 탐험하게 되었다. 얼떨결에 들어선 곳은 사람들의 일상이 묻어있는 주택가였다. 동네 사람들만 알고 있을 법한 중고품 판매점과 중고 음반 가게, 여행 가이드에는 없는 펍 등을 찾아냈다. 또한 우연히 들어선 빅토리아 공원(Victoria Park)에서는 런던의 러너들도 마주칠 수 있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러닝 덕분에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런던의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밤샘 대화를 포기한 대신 아침의 행운을 얻었다.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렸을 지도 모르지만 그마저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다.


Responsive image


고향인 로스엔젤레스로 돌아와서도 나는 낯선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곳일지라도 이 도시는 워낙 크기 때문에 우연한 행운과 마주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할 것이다. 그날, 런던에서 보낸 몇 시간의 경험이 계기가 됐다. 나는 이제 따분한 것은 제쳐두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장소에 대한 새로운 것을 찾아 달린다.

마라톤은 러너의 일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나쁜 결과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곰곰이 지난 일주일을 곱씹어보자. "나에게 가슴 뛰는 일이 있었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러너스 월드 코리아> 인스타그램 달려가기
<러너스 월드 코리아> 페이스북 달려가기
writer

by 데이브 홈스(Dave Holmes)

<러너스월드> 인터내셔널 에디터
Responsive image

<러너스월드 코리아> 2019 4월호


러닝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슈 가이드>부터 개조와 관리까지 모두 알려준다
마라톤 풀 코스를 준비하고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카브로딩 방법
신광식은 잠깐 힘들다고, 어렵게 단 태극마크를 달고 포기할 수 없었다
달리기가 우리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방법, BRIDGE THE GAP
RUN FUTHER, 송석규는 가족, 일, 달리기 사이에서 중심을 유지한다
주식회사 볕
03175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7 한글회관 302호
구독문의 : 02-302-1442
대표이사 홍재민,임진성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7-서울종로-0716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