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빠르게

기사작성 : 2019-06-17 12:30

가족과 일, 달리기를 골고루 챙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송석규는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본문


송석규는 좀 세보인다. 그의 SNS 계정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거다. 각진 얼굴, 날카로운 눈매, 거기에 콧수염이 더해진 걸 보고 나는 ‘이 사람 한 성깔 하겠는데’라고 생각했다. 강한 인상에 걸맞게 그는 달리기 속도도 무섭도록 빠르다. 10K, 33분 43초. 하프, 1시간 14분 16초. 풀코스, 2시간 37분 40초. 이게 보통 사람의 기록이 아닌데,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이지? 선수 출신인가? 머리 위로 물음표가 무수히 떴고, 이윽고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게 됐다. 그의 실물을 보게 된 날, 나는 제일 먼저 이렇게 물었다. “혹시, 특전사 나오셨어요?” “아니오, 평범한 육군 보병 나왔어요.” 예상과 다른 대답에 당황한 나는 “아, 예 그러시군요”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특수부대 출신이 특별히 잘 달리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잘 달리는 사람이 꼭 특수부대 출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막강한 전투력을 보유한 특수부대원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스포츠맨’으로서 화려한 운동 이력을 갖고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반전! 그렇다면 더 궁금한데, 평범하게 지내 온 사람이 어떻게 저리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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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퍼더(RUN FURTHER)는 달리기에 누구보다 깊이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두 달에 한번, REEBOK과 함께 달리기 마니아들을 찾아 나섭니다.



“차라리 일을 선택하겠다!”
송석규는 ‘평범하게’ 군 생활을 하면서 이때부터 달리기를 했다. 상병을 달고 시간이 좀 남자 ‘공부를 해볼까?’ 했지만 어수선한 환경에서 펜을 잡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일과 시간이 끝나고 연병장을 한 시간씩 뛰었다. 매일 매일.
“누가 달리자고 한 게 아니었어요. 그냥 빈 시간에 뭘 할까, 하다가 달리기를 한 거죠. 시간, 공간, 사람의 제약 없이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달리기 잖아요.”
전역하고서도 그는 달리기를 계속 했다. 이런 식으로 운동을 하면서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고 덕분에 활기차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달리기 때문에 삶이 특별하게 바뀐 건 아니고 그저 보통의 사람들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그는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토목 설계자로 일한다. 이 생활이 올해로 11년째다. 그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한 토목 공학도였다. 숫자를 이용해 정확한 답을 내는 일이 재미있었지만 설계자의 판단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때가 있는 이 일에 매력을 느꼈다. 오랫동안 한 직종에 몸 담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쯤 되면 “사실, 달리기로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라던가, “달리기 덕분에 일을 계속 할 수 있었어요”라는 식으로 답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달리기 찬양’으로 넘어갈 법 한데 인터뷰는 흥미롭게 진행됐다. “지금 하는 일과 달리기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떤 걸 선택할 건가요? 물론 어느 쪽을 선택하든 수입은 똑같다는 가정에서요”라는 질문에 그는 또 예상 밖의 답을 한 것이다.
“음, 매우 어려운 질문인데. 전 일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달리기는 취미로 남겨두고 싶어요. 취미 생활이 돈과 연결이 되면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없고, 그 순간부터 일이 되기 때문에 취미생활의 본래 의미를 얻기 힘들 것 같아요.”
앗! 뭐지? 나는 그가 일보다 달리기를 더 좋아할 거라고 믿었다. 자신의 일상 중 대부분이 달리기로 채워져 있는 사람, 운동 중독에 빠진 마니아라고 내가 스스로 구축한 송석규의 이미지가 또 와르르 무너졌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볼까?
“저는 일단 달리기 기록보다는 가족이 우선이에요. 최대한 가족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취미생활을 영위하는 첫째 목표예요. 제 주변엔 달리기에 열정적인 사람이 많아요. 그 중 거기에 너무 빠져서 다른 것들을 소홀히 하는 사람도 봤죠.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균형있는 삶을 사는 게 목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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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규는 마라톤 풀코스 2시간 37분의 기록을 가졌다. 운동 마니아 같지만 그는 가정과 일에 충실한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책임감이 강하다.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데, 그러면서 자신에게 어떤 임무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한다는 식이다. ‘벌어진 일’에 대한 애정보다도 일을 끝냈을 때 얻는 성취감을 좋아하는 편이다. 성취감이 일과 가족, 달리기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렇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 꽤 피곤하게 산다. 그러면 송석규의 하루 일과를 볼까?
그는 보통 아침 6시나 7시쯤 일어난다. 눈을 뜨면 집에서 밥을 챙겨 먹고 현재 자신이 운영 중인 고시텔(두 군데)로 향한다. 고시텔을 청소하고 밥을 지어 놓는 등 고시텔 운영에 필요한 잡무를 보다가 회사로 출근. 점심시간에는 회사 근처 트레이닝 센터로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트레드밀 달리기를 한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면 퇴근할 때까지 열심히 일한다. 그가 일찍 퇴근하면 오후 6시, 회사에서 나와 곧장 집으로 가 두 살 난 아들 건우를 돌본다. 건우가 잠들면 밤 11시쯤이 되는데, 이때 힘이 좀 남으면 밖으로 나가서 달리기를 한다(밖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3일 정도 된다). 그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대략 밤 11시~12시쯤이다.
따져보면 그의 일상은 그리 빡빡하지 않다.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 정도면 여유 있는 편 아닌가? 어쨌든 달리기를 할 시간이 모자란 건 분명해 보인다. 마라톤 풀코스 2시간 37분의 기록을 가진 사람의 스케줄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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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습 때 보통 4~5분 페이스로 1시간 정도 달린다.



17년 동안 풀코스는 고작 다섯 번
송석규는 달리기에 목을 매는 스타일이 아니다. 맹목적으로 훈련하지 않는다.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가족과 일이 먼저고 달리기가 맨 마지막이다. 그럼 저 기록은 대체 어떻게 나온 건가(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재수없는 캐릭터’로 통한하고 했다)? 그는 훈련을 매일 하긴 한다. 그런데 그게, 더 빨리 달리기 위한 건 아니다.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트레드밀에서 4분 페이스로 달리는 게 전부다. 그는 부족한 훈련량을 채우기 위해 주말에 대회를 나간다. 대회 참가 신청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연습시간을 만들게 되고, 또 어쩔 수 없이 대회에 나가 전력을 다해 달리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밝힌 ‘빨리 달리기’의 비법이다. 비결은 또 있다.
“달리기 경력이 올해로 16년쯤 되는데, 그동안 풀코스는 다섯번 밖에 안 나갔어요. 풀코스를 나가려면 훈련을 많이 해야 해요. 제 기준으로 한달에 적어도 300~400km를 달려야 하죠. 준비 기간 동안 일주일에 한번은 30km 이상 LSD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러질 못했어요. 그래서 풀코스에 대한 기록 욕심이 없었고요. 대신에 10km 대회에 자주 나갔어요. 풀코스 출전을 목표로 한 기간에는 하프 대회 출전 빈도를 높여 지구력을 길렀고요.”
그는 첫 서브3를 2013년에 이뤘다. 달리기를 오래 한 것 치곤 시간이 꽤 걸린 셈이다. 풀코스 기록 욕심이 없었던 사람이 서브3를 이룬 배경은 이렇다.
“같이 달리기를 하는 주변 사람들이 이전부터 저한테 계속 물었어요. ‘풀코스 몇 시간 나오냐?’ ‘서브3 해봤냐?’라고요. 이런 얘기를 수 없이 듣다 보니까 ‘해야 겠다’라는 의무감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도전한 건데, 그래도 그때 장거리 연습을 많이 못해서 걷다가 뛰다가 했어요.”
2017년에 그는 또 풀코스에 도전했다. 4년만이었는데, 그를 다시 뛰게 한 건 같은 클럽에서 뛰는 형님들이었다. 송석규는 서울에이스마라톤클럽의 회원이다. 20명 내외로 구성된 회원들 중 당시 그의 풀코스 기록은 거의 꼴찌 수준이었다. 자존심이 상해 ‘249 아래로 한 번 내려가보자’라고 결심했고, 대회날에 이르러 239 페이스로 뛰는 형님들 무리와 섞여서 뛰게 됐다. 힘들 줄 알았는데, 컨디션이 괜찮았다. 그래서 그는 34km 지점에서 페이스를 올렸고 결국 2시간 37분 40분 만에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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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규는 ‘센’ 인상을 가졌다. 운동 중독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단한 기록을 가졌지만 그는 여태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지속주와 빌드업 위주로 틈틈이 10km를 달린 게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경기에 대한 부담이 적었던 이유도 있다.
“239를 깨기 위한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어요. 왜냐하면 239를 목표로 훈련하진 않았으니까요. 그냥 ‘준비한 만큼 열심히 뛰어보자’라는 생각만 했죠. 지금까지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 건 아무래도 풀코스를 포함해 장거리를 많이 뛰지 않은 것이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리하지 않았던 게 가장 주요했고요.”
송석규는 이제 풀코스 기록을 줄일 생각이 없다. 앞으로는 그저 페이서 메이커로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그는 지난 서울국제마라톤에 2시간 50분 페이스 메이커로 나섰다). 좋은 기록을 가졌지만 그는 아직 ‘러너스 하이’를 느껴본 적이 없다. 이런 기분이 뭔지 별로 알고 싶지 않다. 그는 달리기가 자신의 인생에서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달리기 말고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족적을 남기고 싶고, 좋은 가장과 남편 역할에 충실한 균형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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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규의 ‘리복 포에버 플로트라이드 에너지’

“쿠셔닝과 착화감이 마음에 들었어요. 반발력도 좋았고요. 그리고 재봉이 없는 어퍼 부분이 편안한 착화감의 비결인 것 같아요. 다만 접지력이 약한 게 단점이에요. 평상시에도 신고 다닐 수 있는 무난한 디자인이라는 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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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윤성중

<러너스월드 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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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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