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권태기에 빠졌다

기사작성 : 2019-08-13 11:31

더 이상 달리기가 즐겁지 않다
계속 달리면 돌파할 수 있을까?

본문


나는 냉장고 앞에 서 있다.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그저 마라톤 훈련 스케줄이 적힌 달력을 넋 놓고 보고 있을 뿐이다. 스케줄은 두 페이지에 걸쳐 빼곡하다. 나는 하루하루 운동을 마치면 붉은 펜으로 X표를 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달력 위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몇 주 전부터 매일 아침 일어나 달력을 보고 훈련을 체크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스케줄 표를 보고 있으면 러닝화 끈을 묶는 대신 침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대체 언제부터 나와 러닝의 관계가 애증으로 바뀌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주부터 아예 러닝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명상을 하거나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면서 러닝은 완전히 잊으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새벽에 달리기 위해 알람을 맞추는 일은 내게 더 이상 설렘이 아닌 공포로 다가왔다. 미리 운동복을 준비해두는 것도 이제 짜증나는 일과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러닝이 즐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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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징조들이 문제를 가리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미국 LA에 있는 ‘이쿼녹스(Equinox) 피트니스 센터’의 선임 매니저이자 맞춤형 트레드밀 운동 프로그램인 ‘프리시전 러닝(Pricision Running) 프로그램’을 개발한 데이비드 식(David Siik)은 이런 징조들이 ‘나’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러너들은 달리기와 ‘나’ 사이에 단지 감정적인 부분만 존재한다고 믿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러닝과 러너의 관계는 ‘감정’과 ‘태도’라는 중요한 두 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는 감정과 태도가 연관되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만약 러닝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면 그것은 감정적인 부분이지만 태도에 의해서 자극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러닝과 관련된 감정이 오직 엔도르핀에 의한 긍정적인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장거리 러닝 훈련을 하느라 친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못했을 때의 죄책감, 목표로 잡은 페이스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 러닝화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 등 많은 감정을 겪었다.

이런 경험들은 모두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러닝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졌기 대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은 결국 내가 러닝을 생각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게 만들었다. 스트레스는 단지 기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식은 “예를 들어 16~20주 동안 마라톤 훈련을 하는 것과 같이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씁니다.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하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변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미국 심리학 학회에 따르면 이는 도미노 효과처럼 다른 신체적 문제나 불안, 근육통, 면역력 약화 드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실제로 2013년 <신경 면역 조절 저널(Neruo Immuno Modualation)>에 발표된 소규모 연구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긴장과 불안을 경험한 마스터즈 마라토너들은 장기간 신체 훈련을 경험한 사람들처럼 면역력 저하에 취약하다. 또한 2012년 <스포츠와 운동에 대한 의학 및 과학(Medicine&Science in Sports & Exercis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만성적인 심리 스트레스가 실제로 저항운동 후 근육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식은 “러닝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 동안 매우 소통스러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러너들은 권태기를 극복할 수 있다. 비결은 러닝을 향한 부정적인 태도를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상황마다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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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스포츠 심리학자이자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더 퍼포밍 엣지(The Performing Edge)’의 디렉터 케이트 F. 헤이스(Kate F. Hays)박사는 “러닝은 본질적으로 신체에 가해지는 일종의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말한다. 부상이 러너를 괴롭히기 전까지 러닝은 러너에게 분명 건강한 자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상이 발생한다면 러너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원래 생각했던 목표보다 더 낮은 목표를 설정하고 훈련량을 줄이는 것, 다른 하나는 원래 설정한 목표에 맞춰 정면 돌파하는 것이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러닝에 대해 분노하는 태도로 바뀌기 쉽다. 헤이스는 러닝이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바뀌려면 우리의 몸이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기에 계획적으로 운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식은 효과적으로 러닝을 할 수 있는 시기를 알아보기 위해 러닝을 잠시 멈추기를 권한다. 몸이 러닝을 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 집중해보는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기분인지 러닝을 하는 날과 어떻게 다른지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도 영화 한 편을 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러닝을 멈추는 시간을 가지면 부상의 원인을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러닝을 바라보는 러너의 태도를 전환하는데 도움이 된다. 식은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세울 것을 권한다.

“러닝 거리를 줄이는 대신 근력 운동을 하거나 트레드밀에서 몇 주 동안 달리기가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씁니다.” 새로운 목표는 재미있고 유익한 훈련이 될 수 있고 더욱이 스트레스를 덜어줄 것이다. 러닝이 러너를 괴롭게 만들었던 원인을 찾아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실천적인 해결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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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투자
마라톤 대회에 참가 등록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훈련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 하버드 의과 대학의 심리학 조교수이자 <러너의 뇌(The runner’s Brain)>의 저자 제프리 브라운(Jeffrey Brown)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의무감 같은 감정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고 말한다. 취미로 달리는 러너들은 엘리트 선수와 전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훈련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러너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다. 만약 훈련을 충분히 못 한다고 느낀다고 한들 강요당하고 있다고 느껴지면 안 된다.

브라운은 달릴 시간이 충분한지 스스로 결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훈련 시간 확보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전략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매일 훈련용 식단을 위해 음식을 요리하고 주방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든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건강식을 배달시키거나 한 주의 식사를 위해 일요일에 몇 시간을 투자해 ‘밀 프렙(Meal-Prep)’을 만드는 방법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일상 속에서 훈련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궁극적으로 러닝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불러온다. 곧 언덕을 오르는 인터벌 훈련이 덜 힘들게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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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러너의 목표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았다면 뛰려고 마음 먹은 첫번째 동기를 잊어버릴 수 있다. 또래 집단의 압박감은 어느 곳에나 있다. 러닝 커뮤니티라고 예외는 아니다. 스스로 다짐한 동기를 잃어버리면 스트레스와 지루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훈련이 즐겁지 않고 싫증나서 ‘해야 하는 일 리스트’에서 빼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게 된다.

“많은 러너들이 마라톤 대회를 위해 반복되는 훈련을 하면서 ‘단조로움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저는 러너들이 자연을 탐험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탐구심을 잃었을 때, 달리기에 대해 흥미를 잃고 러닝에 대한 태도 역시 지루함으로 바뀌게 됩니다.” 식이 러너들의 권태기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다.

브라운은 마라톤 참가신청서에 서명하기 전에 ‘당신이 진짜로 달리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드과 같이 달리기 위해서 혹은 분위기에 휩쓸려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달리기 위한 동기로써 부족할 수도 있다. 바쁜 일정으로 훈련을 하기 어려웠거나 대회 참가가 내키지 않으면 마라톤이 두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참가하기로 했던 거리를 줄이거나 갯벌 달리기처럼 새로운 형식의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 러너 안에 잠들어 있던 모험심을 다시 깨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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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사만사 레파브(Samantha Lefave)

<러너스월드> 글로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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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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