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많이 먹읍시다

기사작성 : 2019-10-10 13:49

고기를 먹지 않아도 그처럼 빨리 달릴 수 있다.

본문


Responsive image
트레일 러너 박준섭. 그는 오늘도 시장에 들러 과일을 산다. 그의 주식은 과일이다.


로드 러닝과 트레일 러닝, 둘 중 어느 것이 더 힘든 운동인지 가리기는 힘들지만 트레일 러닝 역시 로드 러닝과 마찬가지로 달릴 때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수 없이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빠르게 통과하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트레일 러너들은 먹는 게 다를까? 그들이라고 다르진 않겠지만 국내 정상급 트레일 러너 박준섭은 확실히 다른 걸 먹는다. 과일이 주식이라고 하면 믿어질까?

준섭 씨가 만드는 ‘보울(그의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라오는 음식 사진에 그가 붙인 이름)’ 모양이 굉장히 예뻐요. 만들 때 모양에도 꽤 신경 쓰는 것 같은데요?
많이 신경 쓰는 편입니다. 음식 맛을 내는 건 재료이지만 저는 완성된 모양도 맛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일을 주식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한 거죠?
2018년 1월부터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벼랑 끝에 선 몸 상태’였다고 쓴 걸 봤어요. 어떤 상태였나요?
당시 크론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소화기관에 염증이 다발적으로 생겨서 음식을 먹자 마자 화장실에 바로 가야했습니다. 약을 먹어도 잠깐 동안만 좋아질 뿐,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저에게 평생 약을 먹으면서 지내야 된다면서 ‘불치병 환자’ 취급했죠. 이때문에 모든 게 원망스러웠고 우울증까지 심하게 앓았습니다. 그때 저는 크론병뿐만 아니라 복부팽만이 심했어요. 식곤증, 만성피로, 무기력증, 변비를 포함해 호르몬 불균형 문제로 여러 질환을 한꺼번에 갖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몸이 엉망진창이었죠.

Responsive image
박준섭은 동네 골목길에서 파는 과일을 애용한다. 주로 바나나를 많이 산다.


그래서 과일을 먹기 시작했군요. 과일을 주식으로 한 다음 몸이 어떻게 달라졌죠? 달리기 기록, 몸무게, 피부상태 등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준섭 씨와 같은 사례가 또 있나요?
운동 후 부상 회복속도가 빨라졌어요. 그리고 만성피로, 식곤증, 변비, 복부팽만, 과민성대장증후군, 여드름, 무기력증이 사라지고 아주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달리기를 할 때 이전보다 덜 지치는 것 같습니다. 동물성식품(고기 우유 계란 치즈 가금류)를 제외하고 과일을 주식으로 먹는다는 것은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몸을 가볍게 하고 독소와 근육 곳곳에 붙어있는 물살을 재빠르게 제거해 빠른 체중 감소와 정신적인 이로움을 줍니다. 과일식을 통해 막혀 있던 혈관이 충분히 맑고 깨끗하게 청소됐다는 걸 느꼈고, 최근엔 금방 언급했던 녹말의 힘을 알게 됐어요. 덕분에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도 나와 같은 방법으로 충분히 몸을 변화시켰던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과일도 비싸고 단체주의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그분들 모두 저처럼 먹는 걸 오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모두 충분히 건강을 회복했고 현재는 아침만이라도 과일을 주로 먹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세 끼를 모두 과일로 먹는 건 아니죠?
그때마다 달려요.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회복이 필요하다고 느낄 땐 먹고 싶은 과일을 엄청 많이 먹는 편이에요. 과일만으로 먹었을 때 회복력도 달라지고 컨디션도 확실히 달라지죠. 하루에 세끼를 딱히 정해 놓고 먹는 편은 아닙니다. 나의 몸이 어떤 음식을 원하고 어떤 상태인지 항상 귀 기울이면서 체크하고 원하는 음식을 먹는 편입니다.

과일만 먹고 뛰기에는 에너지가 많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
과일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많은 필수 영양소가 들어 있어요. 천연수분, 미네랄, 식이 섬유, 항산화성분들이 들어있죠. 이것들이 우리 몸에서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신진대사를 개선시킵니다. 우리는 어떤 에너지로 몸을 사용할까요? 저는 천연 탄수화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연 탄수화물은 주로 열대과일 속에 많이 들어있어요. 예를 들면 바나나가 대표적이죠. 저는 바나나를 보통 하루에 한 송이씩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감자 옥수수같은 구황작물을 간식으로 먹기도 하고 현미밥에 식물성 음식들 곁들여 끼니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몸이 확연히 달라질 겁니다. 저는 남들보다 배고픔을 금방 느끼기도 해서 ‘가성비가 안 좋은 사람’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섭식을 바꾸고 나서는 에너지 효율이 남들보다 월등히 높아졌고 달리기를 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Responsive image

Responsive image
그가 과일을 먹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준비한 과일을 전부 믹서기에 넣고 갈면 된다.


자주 먹는 과일이 어떤 거죠? 어떤 효능이 있나요?
주로 먹은 과일은 후숙이 잘 된 바나나에요. 음식이 몸 안에 들어가면 수만가지 화학반응이 일어납니다. 그때 몸상태에 따라서 먹은 음식이 약이 될 수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효능을 가진 음식을 먹어도 그것들을 몸에서 흡수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좋은 효능을 가진 음식일까요? 예를 들어 기름기가 많은 단백질 지방을 먹고 바로 과일을 먹는다면 그 과일 속에 당분들은 인슐린 저항도가 높아서 그대로 세포속에 흡수되지 못합니다. 반대로 공복에 과일을 먹는다면 과일 속 당분이 몸에 잘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몸에 이로운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또 오랫동안 단백질 지방 위주의 섭식을 했던 사람이라면 혈관과 세포속에 이미 기름벽이 존재할 겁니다. 그래서 과일을 먹었을 때 원활하게 흡수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달리기든 다이어트든 그리고 어떤 것을 시도하든 몸이 건강해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를 얻으려고 조바심을 갖고 서두르면 나아지는 게 없을 겁니다.

전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에 대해 쓴 걸 본 적이 있어요. 이것과 관련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요.
지금 우리는 과하게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이걸 ‘단백질 강박증’이라고도 하죠. 반대로 생각해보면 단백질 부족으로 우리가 병을 얻을까요? 아마도 거의 모든 병들은 과한 음식 섭취로 생길 겁니다. 근육을 늘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보단 꾸준한 체중부하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지면 정상적인 몸 상태가 유지될 거예요. 특별하게 에너지를 많이 쓰는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아주 적은 양의 단백질만 있어도 됩니다. 일반적인 식단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선 단백질 결핍이 잘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단백질 결핍으로 인한 질병보다도 우리는 과잉으로 인한 병에 더 걸리기 쉬울 겁니다. 자가면역질환, 소화불량, 변비, 골다공증, 통풍, 허기짐같은 거요. 탄수화물이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하는 건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를 말하는 것입니다. 밀가루를 포함한 빵, 라면, 흰밥은 과연 우리에게 충분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이것들은 대체로 정제 과정을 거치는데, 그러면서 필요한 영양분이 대부분 없어지죠. 정제 탄수화물을 먹었을 때 이로운 점은 포만감 밖에 없을 겁니다. 본래 인간은 곡식(백미를 제외한)을 즐겨먹었고, 녹말(탄수화물)이 많은 뿌리식물을 부식으로 먹어왔습니다. 귀족의 음식을 상징하는 고기를 주식으로 한 음식문화가 형성된 것은 사실 몇 백 년이 되지 않았으며 칭기스칸을 포함한 위대한 전사들도 육식을 멀리하고 녹말 위주의 식사를 해왔다고 합니다. 우리의 치아는 과일 채소 씨앗을 먹기에 적합한 구조이며 침속에는 녹말을 분해하기 위해 최적화된 소화효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녹말식품에는 완벽하게 필요한 기본 영양소인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지방, 탄수화물이 충분히 들어있으며 이것들을 먹었을 때 적당한 포만감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Responsive image
그가 만든 과일 식단 첫 번째, ‘츄릅츄릅오디’. 바나나 5개와 복숭아 1개, 두유 한 팩, 코코넛 오일 조금, 치아씨드와 파슬리를 이용해서 갈아서 만든 다음, 블루베리를 곁들인다.


과일만 먹으면 밥값보다 과일값이 더 많이 나갈 것 같아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어떤 과일을 먹고 어떻게 구입하는지에 따라 달라질겁니다. 마트보단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값싸고 품질이 좋은 과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망고같은 비싼 열대과일은 가격이 확실히 비싸요. 하지만 보통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어쩔 때는 과일이 더 쌀 때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 좋은 음식을 먹고 탈이 나서 결국 병원에 가는 비용이나 시간을 비교해보면 절대적으로 과일식이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일을 주로 먹는다면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으로 병원에 갈 일이 절대 없을 겁니다.

과일식의 단점은 뭔가요?
건강적인 면에서 단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면으로 봤을 때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사람들과 함께 문명적인 음식을 즐기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 큰 제한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채식만 먹는 ‘비건’문화가 크게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이 외식을 할 수 있는 음식점들을 찾기 어렵습니다. 결국엔 저도 고기, 생선, 우유, 계란을 먹지 않다가 지금은 해물 등의 생선류만 섭취하고 고기, 우유, 계란은 먹지 않고 있습니다.

Responsive image
‘망브루브루베리바나’. 바나나 5개, 망고 2개, 두유 한 팩, 치아씨드, 파슬리를 이용해서 갈아서 만든 다음, 블루베리와 망고 조각을 곁들인다.


Responsive image
‘베리베리비트베리’. 바나나 5개, 블루베리 여러 개, 비트가루(붉은 색을 띈다) 두 스푼 정도를 이용해 갈아서 만든 다음, 블루베리를 곁들이다.



<러너스 월드 코리아> 인스타그램 달려가기
<러너스 월드 코리아> 페이스북 달려가기
writer

by 윤성중

<러너스월드 코리아> 편집장
Responsive image

<러너스월드 코리아> 2019년 10월호


2019년 가을 <러너스월드> 슈 가이드
필라테스가 러너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
러너라서 미안해요. 친구들에게 보내는 러너의 편지
전 세계의 특색있는 메달들
미술관에 러닝화를 걸었다
주식회사 볕
03175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7 한글회관 302호
구독문의 : 02-302-1442
대표이사 신혜경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7-서울종로-0716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