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왜 자꾸 나만 괴롭힐까?

기사작성 : 2020-04-16 11:46

근육경련이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 ‘이거’ 때문이다!

본문


모든 첫 경험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지만 첫 마라톤, 첫 트레일 러닝, 첫 울트라마라톤 만큼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경험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첫 경험의 기억을 언제든 생생하게 불러오게 도와주는 요소 중 하나가 ‘쥐(근육 경련)’가 아닐까 싶다. 근육 경련이란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하나 이상의 근육이 수축한 상태로 이완하지 못하고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달리기를 하다가 다리에서 몇 초간 전기 자극처럼 찌릿하게 느껴본 러너들이라면 속도를 조절해가며 계속 달릴 수 있었겠지만, 달리다가 근육이 딱딱하게 굳은 느낌이 들고 동시에 극심한 통증을 겪은 러너들이라면 그 자리에 바로 멈춰 여기서 그만두어야 할지 참고 완주를 해야 할 지 고민해 봤을 것이다.
달리기에 입문한지 오래된 러너들 혹은 선수들 조차도 대회 중에 꼭 피하고 싶은 쥐. 이번 컬럼에서는 달리기를 하면서 발생하는 근육 경련에 대해 떠도는 가설들 몇 가지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인지 확인해 보고, 또 쥐가 나는 걸 미리 예방 할 수 있는 방법과 해결책에 대해서 한번 다루어 보고자 한다.

*근육 경련은 달리기 외에 다양한 질병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컬럼에 대한 내용은 운동 상황에서 발생하는 근육경련에 대해서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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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선수권대회에서 남자 20km 경보에 출전한 에콰도르의 제퍼슨 페레즈(Jefferson Perez)가 경기 도중 다리에 쥐가 나 괴로워하고 있다.


1. 어디서 한번쯤 들어본 가설들, FACT CHECK!

가설 1) 쥐는 탈수 상황 혹은 전해질 불균형으로 생겨난다?
우선 근육을 움직이는데 중요한 전해질 성분들과 근육 수축 과정을 알아보자. 우리가 달리겠다고 마음을 먹고 달리기를 시작하는 순간 우리 뇌에서는 신경을 통해 근육으로 전기 신호를 보내게 되고 이 신호 전달 과정 중에 나트륨과 칼륨이 중요하게 관여한다. 그리고 이 신호가 근육으로 전달되면 근육 안에서는 따로 창고 같은 곳에 저장 되어있는 칼슘들이 문 밖으로 나오며 근육 수축의 시작을 준비한다. 근육에 충분한 영양 공급이 되어 있는 상태라면 영양소를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ATP)를 통해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 된다. 이때 마그네슘은 신호 전달에서 근육의 수축까지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에서 자기의 역할을 다한다.

따라서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탈수가 되거나 땀으로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 같은 소중한 전해질들을 잃어버린다면 이러한 불균형으로 쥐가 나는 것은 아닐까? 라는 가설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우선 선행된 연구들을 바탕으로 얘기하자면 전해질 불균형은 운동 중에 발생하는 쥐와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울트라마라톤과 마라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쥐가 난 러너들과 쥐가 나지 않은 러너들간의 전해질 불균형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그와 반대로 운동 후에 혈중 전해질 농도가 감소했거나 땀으로 전해질 배출이 확인된 연구 참가자 모두 쥐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또한 2010년에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섭씨 41도의 환경에서 3%의 수분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 다리 하나로 자전거를 탔는데, 수분 및 전해질의 소실이 있었음에도 쥐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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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2) 달리기 전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하면 쥐를 예방할 수 있다. Feat. 바나나

이렇게 다양한 전해질이 근육을 움직이는데 관여하기 때문에 전해질 보충을 잘해주면 달리기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쥐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스포츠 음료들은 이런 전해질 보충을 도와주고 전해질만 따로 농축해서 나온 제품들도 있다. 또한 이런 제품들이 ‘쥐를 예방할 수 있다’라는 문구와 함께 대중들에게 광고되기도 한다. 바나나도 칼륨과 마그네슘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쥐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운동 중에 발생하는 전해질 불균형과 쥐와는 관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해질을 미리 보충한다고 쥐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전해질이 병적으로 부족할 경우 근육 경련은 나타난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마라톤 혹은 그 이상의 울트라 마라톤을 한다면 쥐 예방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저나트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 물만 계속 마시기 보다는 적절한 스포츠 음료와 전해질 제품을 섭취 해주는 것이 좋다. 저나트륨증이 생기면 구역, 구토, 두통, 경련 및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보스턴마라톤에서 사망한 여성의 사인이 저나트륨혈증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슈가 된 바 있다. 또한 신장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운 날에 충분한 수분 섭취는 필수다.

2.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과학적 이론? 심플한 설명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이론은 ‘근신경 조절 이상’으로 운동 중에 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말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근육이 피로해지고 과부하가 걸리게 되면 근육의 수축을 자극하려는 신호와 억제하려는 신호 간의 불균형이 생기는데 이때 자극하는 신호가 일시적으로 늘어난다면 그 순간 쥐가 난다는 것이다. 운동 중에 발생하는 쥐는 근육의 피로와 조금 더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다.

3. 쥐를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우리 모두 실은 마음 깊숙한 곳에 쥐가 왜 나는지 다 알고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고 쥐가 생기지 않는 편법을 알고 싶을 뿐일지도 모른다. 2번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쥐가 나게 되는 시발점은 근육의 피로다. 대회 중에 근육의 피로가 점점 쌓이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쥐를 유발할 정도로 근육의 피로가 쌓이는 것을 막는 방법은 그 대회에 맞는 적절한 훈련이다.

모두들 달리다가 쥐가 났던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도전’이라는 아름다운 단어에 몸을 기대기만 한 채 연습은 제대로 하지 않고 첫 마라톤을 뛰지는 않았을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서브3(sub-3)를 할 몸상태가 아닌데 대회 당일 날씨가 좋아서, 혹은 컨디션이 좋은 거 같아 초반에 오버페이스 하지는 않았을까? 로드에서만 연습했는데 트레일 러닝도 다를 바 없겠지 생각하며 무턱대고 트레일 러닝 대회를 나가지는 않았을까?
연습할 때 충분한 거리뿐 아니라 강도가 적절히 섞여 있어야 결국은 대회 때 본인이 원하는 거리를 원하는 페이스로 쥐 없이 완주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예를 들어 무더위에 대회를 나간다면 선선할 때 보다 근육의 피로가 빨리 찾아오게 되고, 본인이 생각한 것 보다 코스에 오르막 내리막이 많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무더위에서 혹은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코스에서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이상 쥐를 예방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키네시오테이핑 및 컴프레션도 쥐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도 있지만 왜 도움이 되는지 가설만 있을 뿐 명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진 바 없으며, 이 연구들의 퀄리티가 낮고 참가자의 수도 적기 때문에 이 결과를 대중들에게 일반화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조금의 편법을 원한다면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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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럼에도 쥐가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리기를 하다가 쥐가 나면 참 당황스럽다. 필자도 많이 경험해봤고 작년에 전라남도 구례에서 열린 아이언맨 대회 중 마라톤 코스를 뛸 때 쥐가 심하게 난 적이 있다. 대회 한달 전, 나는 자전거를 타다가 떨어져 이마가 찢어졌고 이때 입은 부상을 치료하느라 훈련의 양과 강도에서 피크를 찍어야 할 때 운동을 많이 하지 못했다. 결국 그런 상태로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수영 3.8km와 자전거 180km는 목표했던 기록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선방했다고 생각했고 남은 42.195km만 달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5km 부분을 지났을 때 쥐가 나기 시작했다. 쥐가 났을 때 풀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자리에서 쥐가 난 부위를 스트레칭 해주는 것이다. 스트레칭을 해주고 다시 또 뛰어 보려 했지만 쥐는 계속 나를 괴롭혔다. 원하는 기록은 이미 물 건너 갔고 이제는 완주를 하느냐 마느냐가 달려있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우선 계속 걸었다. 진정이 된 다음, 쥐가 안 날 정도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근육의 피로에 기여하는 요소 중 하나는 근육이 써야 할 에너지가 부족할 때다. 수영과 사이클링을 마치며 일곱 시간정도 지난 상태라 몸에 저장된 탄수화물(글리코겐)은 고갈된 상태였고 에너지는 지방에 축적된 걸 빼서 쓰고 있었다. 에너지젤과 콜라에는 탄수화물의 제일 기본 형태인 단당류가 들어있는데 흡수가 비교적 빨리 되는 편이고, 우리 몸은 운동 강도가 올라갈수록 탄수화물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억지로 에너지젤과 콜라를 들이켰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원하는 만큼의 속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끌어올려 3시간59분으로 마라톤 코스 부분을 완주했다. 만약 대회 중에 쥐가 나고 가야할 거리가 2~3시간정도 남아 있다면 걷거나 달리는 속도를 최대한 낮추고 에너지젤이나 다른 단당류를 먹는 걸 추천한다. 식욕이 없더라도 이걸 약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알아두세요!
이 컬럼을 쓰기 전에 나의 개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달리기 중에 쥐는 왜 날까요”라는 글을 게시했고, 매일 꾸준히 달리는 풀코스 2시간 40분 주자에게서 “쥐가 안 나봐서 모르겠습니다”라는 답변을 얻었다. 그가 평소에 얼마나 열심히 훈련하는지 잘 알았기에 그의 답변에서 과학적 근거를 입증해주는 증거를 찾은 거 같아 새삼 흐뭇했다.
연습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마라톤이나 울트라 마라톤을 하게 된다면 중간 지점에 가기도 전에 쥐가 시작되어 걷거나 발을 딛기만 해도 쥐가 찾아올 수 있다. 고통만 견딜 수 있다면 스트레칭과 영양섭취로 쥐를 일시적으로 해결하면서 어떻게든 완주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첫 마라톤을 고통스러운 기억이 아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면 미리미리 연습해서 쥐 없이 완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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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임혜창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고려대학교 안암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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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20년 8월호


평범한 브라톱 THIS IS THE NORMAL.
왜 쳐다보나요, 그냥 달리는 건데.
러닝 중 위협이란 무엇인가?
나의 즐거웠던 시합.
코로나 시대의 방구석 러닝 챌린지.
체크하자 R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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