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들 안녕하십니까?

기사작성 : 2020-06-11 10:57

달리기를 하면 정말 무릎이 안 좋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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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하면 무릎이 정말 안 좋아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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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렇게 달리다가 무릎 나간다." 처음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울트라마라톤을 하면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무쇠라고 생각했던 두 다리는 불타는 열정을 따라가지 못해 여기저기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병원 방문 수는 늘어났고 달리기를 하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들의 처방은 몸의 일시적인 회복은 주었으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미래에 뭘 할지 몰라서 방황하던 23세의 필자가 유일하게 찾은 삶의 낙을 무너뜨리는 말이라, 들을 때마다 큰 반감이 생겼고 달리기를 변호하기 바빴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들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때에 운동/의학 분야와 전혀 관련 없는 공부를 한학기만 하고 군대를 갓 전역한 휴학생의 변호는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았다.





정말 달리기를 하면 나중에 관절이 다 망가질까? 이 답을 찾기 위해 3년간의 방황을 마치고 복학하여 의대에 갈 수 있는 과로 전공을 바꾸었다. 그리고 나는 2016년에 의대에 입학, 현재 국가고시를 패스하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번 컬럼에서는 필자를 의대로 이끌었던 위 질문에 대해 얼마 남지 않은 의과대학생 신분으로서 답변해 보고자 한다. 아무래도 관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주제인만큼 ‘달리기가 무릎 관절염을 일으킬까?’라는 질문으로 압축해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들을 바탕으로 필자의 관점을 말해보려 한다.

우선 달리기가 무릎 관절에 안 좋을 거라는 믿음은 어디서 생겨나게 되었을까?

필자는 두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첫번째로 무릎은 달리기 부상에서 가장 흔한 부위다. 진행된 다른 나라의 역학 연구에서도 그렇게 보고가 되어있고, 필자가 주도한 1,046명의 한국 러너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무릎이 달리기 후에 가장 많이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로 나타났다. 이 통증들은 위치에 따라 무릎 앞쪽이면 슬개대퇴증후군 (Patellofemoral pain syndrome) 또는 바깥쪽이면 장경인대증후군 (IT band syndrome)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슬개대퇴증후군의 경우 향후 무릎 관절염 발생을 시사하는 조기발견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아직 명확한 근거는 부족한 상태이고 장경인대증후군과 관절염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연구는 없는 상태다. 따라서 무릎 통증으로 최소 1주일 이상 달리기를 못하게 되는 상황(일부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달리기 부상의 정의)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부상들로 인해 무릎에 관절염이 생길 가능성은 떨어진다.

이 두가지 부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공통적인 원인 중 첫째로 고관절 외전근 (hip abductor) 근력부족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외전근을 강화하는 운동들이 부상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달리기가 행여나 무릎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된다면 고관절 외전근 강화 운동을 추천한다. 물론 급격하게 달리는 거리를 늘리거나 강도를 높여도 이 부상들은 나타나기 때문에 첫 마라톤을 준비하거나 기록 욕심을 내기 시작하는, 서울국제마라톤(동마)을 위한 훈련 기간에 많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달리기 거리와 강도는 급격히 올리지 않는 것이 좋고 특히 이 두가지를 동시에 올리는 것은 부상의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두번째로 달리기가 관절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은 의사들이 진료를 하며 생긴 편견일 수도 있다. 의사를 찾아가는 달리기 환자들 중에는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말 심각한 환자들도 있다.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에 따르면 인간은 “Peak and End Rule”에 따라 잔잔한 기억보다는 인상 깊은 마지막 기억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한다고 한다. 따라서 관절염이 많이 진행된 환자가 의사를 찾아왔는데 달리기를 했던 과거력이 있다면 인과관계를 따지기보다 ‘달리기=관절염’이라는 기억이 머리속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반면에 달리기를 많이 하면서도 건강한 관절을 가진 분들은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직접달리기를 하지 않는 의사들이라면 이런 사람들을 접해 볼 기회가 없다.

일례로 2017년에 아마추어 마라톤의 레전드 심재덕 선배님의 무릎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고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의 현재 나이와 과거 훈련 양, 울트라마라톤 경력을 보았을 때 무릎이 망가지진 않았을까? 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나이에 따른 관절염이 충분히 시작될 동년배의 관절보다 훨씬 건강한 무릎을 가지고 계셨다. 또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서승우 교수님과 필자가 진행한 연구에서 마라톤을 1000회 이상 달린 주자들 여섯 명의 무릎 자기공명영상을 분석해 보았는데 여섯 명 모두 무릎에서 관절염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이 주자들이 달리기를 평균 40대에 시작했고 현재 나이(56-70세)를 고려해보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적은 표본수로 결과를 일반화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마라톤을 1000회 이상 달려도 관절염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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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달리기가 관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기 위해서는 달리기 전/후의 무릎 영상 사진을 비교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인 방법이다. 무릎의 상태를 자세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자기공명영상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영상 촬영에 드는 비용측면에서 이런 연구를 수행하기 쉽지는 않다. 그래도 전세계적으로 조금씩 이런 연구가 진행되어왔고, 2016년 정형외과에서는 제일 권위있는 학술지인 <미국 스포츠 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이런 연구들을 다 모아 분석한 체계적문헌고찰이 출판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관절염의 위험 요인이 없고 건강한 관절을 가진 사람들은 마라톤 전후로 무릎 관절에 일시적인 변화만 나타난다고 결론을 내고 있다.

관절염의 위험인자로는 나이, 무릎 인대 및 연골 손상, 부족한 신체활동, 체중 등이 있다. 따라서 위험 요인이 없는 건강한 관절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체중이 덜 나갈 때 달리기를 시작한다면 달리기 전후로 일시적인 영상학적 변화만 있을 뿐 영구적인 손상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적당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한 무릎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달리기는 관절에 적당한 부하를 주어 관절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 무릎 인대나 연골 부위에 수술을 받았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관절염의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달리기를 접근할 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관절염이 많이 진행되었다면 그때부터는 달리기 혹은 하체에 체중을 많이 가하게 되는 신체 활동이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언제라도 달리기를 하면서 무릎이 반복적으로 붓거나 열감이 있으면 바로 의사에게 진료받을 것을 추천한다.

에필로그

달리기가 관절염을 일으킨다는 명확한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그 누구보다 달리기가 관절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믿는 필자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관련이 없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 관절염의 위험인자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달리기가 이 위험인자들과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조금이라도 젊을 때 달리기를 시작하고 달리기에 필요한 근력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건강한 관절을 그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내가 이 주제를 관절염으로 압축해서 다룬 이유는 관절염의 종착점은 인공관절이다. 의료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의 관절은 늘어난 수명에 적응을 못 하고 있다. 달리기를 하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고, 체중이 증가하고, 신체활동이 없다면 어차피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히려 달리기가 관절염을 늦추고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달리기가 재미있기까지 한다면 굳이 달리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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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임혜창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고려대학교 안암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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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20년 6월호


달리기는 정신력으로 하는 것 : 은퇴, 스포츠 멘탈 코치, 심리 기술, 뇌과학까지.
클래식 음악으로 러닝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자.
매일 달리면 인생이 바뀐다.
김도연이 신은 특별한 레이싱화, 데상트 브이라잇
울퉁불퉁하고 바위가 많아도 달릴 수 있다. NEW NORMAL 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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