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인대 증후군' 걸리면 끝장난다!

기사작성 : 2020-07-09 15:59

장경인대 증후군의 원인과 치료법

본문


나는 2013년 1월 부산비치울트라마라톤 100km를 통해 울트라 마라톤에 입문했고, 두 달 뒤 3월 칠레 아타카마 사막 250km 레이스를 통해 해외 트레일 러닝의 맛을 보게 됐다. 아타카마에 다녀오고 나의 2013년 목표는 하나였다. 다음 해에 트레일 러너들의 로망 UTMB(Ultra Trail du Mont-Blanc)에 출전하기 위해 포인트를 모으는 것. 남은 8~9개월 동안 80~100km 거리의 트레일 러닝 대회 두 개만 더 나가면 UTMB 지원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그해 봄에는 휴학을 하고 있었지만, 여름에 미국으로 복학을 하게 되면서 가을에 열리는 미국 대회들 위주로 찾아보았다. 다행히 다니던 학교 근처에 80km 대회가 9월에 열렸고, 11월에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80km 대회가 있었다.

나는 무사히 두 대회에 출전해 경기를 마쳤고 11월, 대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짧은 방학을 이용해 그랜드캐년 종주를 떠났다. 그랜드캐니언 종주(Grand Canyon double crossing)는 미국 트레일 러너들이 FKT(fastest known time-대회는 아니지만 정해진 특정 코스를 최단 시간으로 완주해서 인증하는 문화)기록을 인증하는 곳으로 거리는 68km에 누적 고도는 3000m 정도이며 단기간 훈련하기에 괜찮은 곳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룸메이트와 동행해 완주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지만 그랜드캐니언의 경관을 감상하느라 18시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몽블랑은 어떤 곳일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학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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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11월에 무리한 거 같아 그랜드캐니언에 다녀오고 1주일은 푹 쉬었다. 허벅지에 남아 있던 근육통은 사라졌고 다시 훈련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조깅에 나섰고 15km를 달릴 예정이었다. 9km를 달렸을까? 그랜드캐니언에서 맛봤던 오르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조그만 언덕을 달리려는데 오른쪽 무릎 바깥쪽이 서서히 조여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이 불편함. 하지만 울트라마라톤을 하며 배운 게 있다면 ‘달리기를 하며 통증은 피할 수 없다’라는 거라 달리다 보면 이 불편함이 없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착각이었다. 내리막을 달릴 때 불편함은 통증으로 바뀌었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통증은 지속됐다. 설마 부상인가? 다음날에 괜찮아지길 바라며 열심히 냉찜질을 해주었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걸어 다닐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갈 때 통증은 다시 나타났고 조깅을 시도해봤지만 2km도 가지 못해 너무 아파서 멈춰야만 했다. 나름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하며 웬만한 통증은 정신력으로 이기는 법을 배웠지만, 이건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없었다. 뭐가 문제였던 걸까?

장경인대 증후군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조여오는 듯한 무릎 바깥쪽 통증,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악화되는 통증, 걸을 때는 괜찮지만 달리기 시작한 지 10~15분 안에 찾아오는 참을 수 없는 고통!
장경인대 증후군은 달리기 부상의 흔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고 필자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러너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달리기 부상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정확히 어떤 기전에 의해 부상이 발생하는지, 어떤 치료법이 가장 효과적인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상태이지만 이번 칼럼을 통해 현재까지 연구된 장경인대 증후군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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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인대 증후군에서 무릎 바깥쪽 통증의 해부학적 원인은?

장경인대란 엉덩뼈에서 시작해 경골까지 이어지는 근막을 일컫는다. 주로 통증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릎 바깥쪽에서 나타나지만, 간혹 이 근막이 위치한 곳 어디든 무릎 바깥쪽 통증과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장경인대 증후군 통증의 해부학적 원인으로는 몇 가지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아마 제일 잘 알려진 이론은 대퇴골과 장경인대의 ‘마찰’일 것이다. 따라서 장경인대 증후군을 ‘장경인대 마찰 증후군’으로 부르기도 하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아마 이와 관련된 설명이 제일 많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장경인대 증후군을 경험해보며 궁금했던 것은 ‘이게 정말 마찰 때문이라면 평소에는 괜찮다가 왜 갑자기 증상이 나타났을까?’였다. 또 ‘마찰이 원인이라면 걸을 때뿐만 아니라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통증이 나타나야 하는데 이거 왜 그럴까?’하고 궁금했다. 그때부터는 인터넷에 흔히 떠도는 글들이 아닌 조금 더 전문적인 연구 논문들을 하나 둘 씩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당시에 출판된 논문들은 대부분 읽어본 것 같다.

그 결과 나처럼 ‘마찰’ 이론에 의구심을 품은 연구자들이 꽤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연구자들은 장경인대의 일부가 대퇴골에 삽입되는 부위가 있는데 이 부위 주변의 신경들이 눌리게 되면 통증이 발생한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연구자들은 장경인대 안쪽으로 염증 반응이 일어나며 물이 차서 아픈 것이라고 제안했다. 물론 ‘마찰’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들도 존재한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해 봤을 때 특정 이론이 더 맞다기 보다는 아마도 개인적인 장경인대의 해부학적 차이로 인해 여러 이론이 복합적으로 통증의 원인으로 작용할 거라 생각된다.

장경인대 증후군의 운동학적 원인은?

필자가 보행 분석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드디어 달리기 부상의 해법을 찾은 것 같아 설렜다. 러너들이 달리는 모습을 카메라가 여러 각도에서 찍고 각 보행 단계에서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계산하는 기술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부상을 가지고 있어도 보행 분석의 결과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운동학적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무증상인 러너가 있으며, 결함이 없어도 부상이 나타날 수 있어 결과 해석을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부상이 나타난 뒤 보행 분석을 받게 되는데, 이런 경우 현재 보행 분석 결과가 부상의 원인으로 나타나는 것인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 그래도 생체역학 전문가들 나름대로 설계가 잘 된 실험을 통해 각 부상에 어떤 운동학적 원인이 작용하는지 실마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장경인대 증후군의 경우 남성과 여성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조금 다른데, 여성 러너들의 경우 대퇴골의 외회전, 무릎의 내회전, 그리고 고관절 내전을 보이고, 남성 러너들의 경우 고관절의 내회전과 무릎의 내전이 관찰된다. 용어가 좀 어렵지만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든다면 우리가 물기를 가득 머금은 수건을 짤 때, 보통 수건 양쪽 끝을 잡고 한쪽은 안쪽으로 한쪽은 바깥쪽으로 돌려 수건 가운데로 물을 뺄 것이다. 혹은 한쪽은 가만히 고정을 하고 다른 한쪽을 바깥쪽이나 안쪽으로 짜주어도 수건 가운데로 힘을 가해줄 수 있다. 여성 러너들은 전자(대퇴골의 외회전과 무릎의 내회전), 남성 러너들은 후자(고관절의 내회전)의 경우로 생각해 보면 된다. 이렇게 대퇴골이나 고관절의 회전으로 인해 무릎에 통증이 전달될 수 있고, 고관절 외전근의 근력 약화가 이 회전의 원인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장경인대 증후군의 치료?

달리기 부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가장 흔하게 듣는 말 중 하나가 당분간 달리기를 쉬라는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작정 운동을 하지 말라는 말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처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기 부상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게 되면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이 처방이 일시적으로는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경인대 증후군의 경우 개인마다 통증의 정도가 다르겠지만 1주일에서 2주 정도까지 달리기를 쉬는 것을 추천한다. 염증 반응이 원인이라면 염증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걸을 때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통증이 있다면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보스턴 마라톤을 일주일 앞두고 두 번째 장경인대 증후군이 찾아왔는데 이때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볼까 고민해본 적이 있다. 현재까지 나온 연구 중에 제일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은 스테로이드 주사가 맞긴 하지만 통증의 감소 정도가 내 기량을 백 퍼센트 발휘할 정도는 아닐 걸 알았기에 주사 치료를 시도해보진 않았다. 또한 스테로이드 주사의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은 그 부위를 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마추어 러너들이라면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고 스테로이드 주사는 어떤 부상에서든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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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고관절 외전근의 근력 약화가 장경인대 증후군 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되고 있다. 이를 반박하는 연구 중 하나로는 엘리트 레벨의 운동선수들에서는 고관절 외전근이 약하지 않아도 장경인대 증후군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부분의 아마추어 러너들이 고관절 외전근이 약하기 때문에 과연 이 요인이 장경인대 증후군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운동 및 스트레칭 치료가 비용대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 및 스트레칭 방법은 유튜브에 “hip abductor strength exercise” 혹은 “IT band stretching”이라고 검색해보면 다양한 영상이 나올 텐데 이 중 본인이 이해하기 쉬운 영상을 선택해서 매일 15~20분씩 투자할 것을 권장한다. 선행된 연구를 보면 보통 4~6주 정도 고관절 외전근 근력 강화 운동 및 스트레칭을 시도했기 때문에 지겹겠지만 최소 한 달 이상 꾸준히 이 운동을 유지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증거 수준이 약하긴 하지만 마사지 혹은 충격파 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들을 연구할 때 보통 위에 언급한 근력 강화 운동도 같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이 치료들이 단독으로 효과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아직은 이 치료들이 회복을 더 빨리 도와준다고 말하기에는 연구가 많이 부족한 상태이다.

달리기로는 언제 복귀할 수 있을까?

러너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어떤 달리기 부상이든 복귀 시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아무래도 달리기 부상은 만성적인 자극에 의해 생기는 과사용 부상이기 때문에 회복이 더딘 편이다. 장경인대 증후군의 경우 빠르면 한 달 이내에 복귀하는 경우도 있지만 2~3달까지 걸릴 수도 있다. 나는 10km를 한 번에 달릴 수 있을 때까지 6주 정도, 원래의 훈련 양으로 복귀할 때까지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위에서 추천한 대로 1~2주 쉬고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한 번에 평소 조깅하던 거리를 다시 뛰긴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뛸 수 있다면 애초에 장경인대 증후군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처음 부상이 시작되었을 때 통증이 나타난 시점이 1~2km 정도였다면 1~2주 휴식 후 3km 혹은 4km 정도에서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대로 1~2km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1~2주 휴식 후에 달리기를 하며 통증이 나타났을 때의 거리(혹은 시간)를 베이스라인으로 잡고 2~3일에 한 번씩 이 거리로 달리다가 1주일에 1회 정도는 통증을 최대한 참으며 베이스라인보다 거리(혹은 시간)를 늘릴 수 있을 만큼 늘려보도록 하자. 이렇게 점진적으로 늘리다 보면 2~3달 째에는 한 번에 원하는 거리만큼 달릴 수 있고 서서히 본래의 훈련 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통증을 참으며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늘렸는데 그 다음번에 달릴 때 통증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와 원래 뛰는 만큼도 못 뛰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너무 좌절하지 말고 1주일에 한 번 거리를 늘리는 날의 달리기에 집중하며 나머지 날에는 회복에 집중하도록 해보자.
또한 유산소 능력을 유지하고 싶다고 자전거를 타는 경우가 있는데 자전거 또한 장경인대 증후군을 잘 일으키는 운동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부상 중에는 자전거를 피하고 가능하다면 수영을 추천한다.


에필로그

장경인대 증후군은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게 하는 부상이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크게 없고 나은 듯하다가 뛰다 보면 서서히 조여오는 통증이 찾아오고는 한다. 그러다 보면 과연 ‘이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좌절감과 우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총 두 번의 장경인대 부상을 겪었다. 첫 번째는 그랜드캐니언에 다녀온 뒤 홍콩100(Hong Kong 100) 대회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생겼고, 두 번째는 보스턴 마라톤을 1주일 앞두고 생겼다. 두 대회 모두 설렌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기에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대회 날까지 달릴 수 있는 몸 상태로 회복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래 걸리기는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회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믿음을 가지고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고 부상에서 회복되어도 일주일에 최소 한 두 번 정도는 이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부상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오랫동안 달리기를 쉰다고 불편감이나 통증이 한 번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통증을 참고 조금씩 달리는 거리를 늘리다 보면 언젠가는 통증 없이 달리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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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임혜창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고려대학교 안암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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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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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쳐다보나요, 그냥 달리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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