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사 '홍 쌤'의 뇌과학 달리기 기법!

기사작성 : 2020-08-05 17:59

상상의 힘은 대단하다. 초보 러너를 서브3 마라토너로 만들 수 있다. 믿을 수 없다고? 일단 생각의 기술을 써서 달려보자.

본문


과학, 특히 신경과학(뇌과학), 진화생물학, 우주학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 분야들은 내가 지니고 있던 신념과 생각의 관점을 크게 변화시켜, 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몇 가지 하게 만들었고, 인생사와 세상사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생각의 습관도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과학에 경도되어 있던 20대의 어느 날,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달리기 라는 운동은, 과학적 호기심에 충만해 있던 나에게 또 하나의 흥미로운 과학 테마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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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대 아가씨에 어울리지 않는 체중 70kg에서 탈출하고 싶어서였다. 달리기의 세계에 접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달리기를 가르쳐주겠다는 남자가 나타나 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렇게 뛰다 보면 조금이라도 체중이 줄어들 것이란 희망으로 달리다 보니 어느덧 그와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동시 입장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후 우리 집은 전지훈련 숙소가 되었고, 신랑은 나를 트레이닝 시키기 시작했다. 신랑은 운동을 사랑했고, 운동을 강하게, 오래 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달리는 시간이 좀 아깝고, 신랑처럼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열심히 운동하지 않아도 잘 달리는 ‘과학적인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달리지 않았고, 틈틈이 책상에 앉아 달리기를 연구했다. 달리기를 처음 접해본 초자가 가당찮게도 달리기의 동체역학적 원리를 탐구하고, 달릴 때 어떤 동작을 해야 효율적인지를 그림으로 그려도 보고, 해부학 책도 들춰보았다. 적게 달리고도 잘 달리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밝혀보고 싶었다. 추진력의 기본 원리인 작용-반작용의 법칙, 팔치기의 의미, 과학적 착지법, 코어의 기능, 가장 적은 힘으로 가장 큰 추진력을 내는 동작과 자세 등등. 책상에 앉아서 달리기 공부를 하고 나서 실제로 달릴 때는 내가 생각한 과학이론을 접목해서 초 집중해서 달렸다. 신랑은 첫 풀코스를 5시간 13분에 완주한 나에게 얘기했다. “서브3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너는 거기까지는 좀 힘들 거다”라고.
나는 과학적 방법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고 노력한 결과 결혼 3년 후인 2011년에 서브3를 하게 되었다.

물리학과 운동생리학으로 시작된 나의 런닝 탐구는 그 이후 뇌과학을 접하게 되면서 뇌과학적 탐구로 발전했다. 여기에 그동안 내가 사용한 뇌과학 훈련법을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뇌과학은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모든 행동과 마음을 뇌 작용으로 심층 설명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본질과 정체성을 뇌의 구조와 기능으로 설명하고자 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뇌과학자로는 김대식 교수, 박문호 박사, 정재승 교수 등이 있다. 운동을 하면 뇌의 구조가 변하고 뇌 기능이 향상되고 뇌질환이 예방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나는 이 관점과 반대로 뇌를 변화시켜 러닝 기록을 경신하는데 관심이 있다. 러닝 기록 향상을 위해 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식들을 통제하고 다양한 뇌과학적 기법을 활용하고자 했다.

달리기 뇌과학 기법1 – 감정의 재해석

천천히 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빠르게 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기량을 향상하는 데에는 빠르게 달리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고 빠르게 뛰는 대표적인 훈련이 인터벌 트레이닝이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특이한 종이다. 고통의 감정 너머에 그 감정의 가치와 의미를 아는 존재다. 그 고통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극복해 내면 강렬한 쾌감을 동반한 성취감이 되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인간 대부분은 안다. 나는 인터벌 트레이닝이나 러닝 중 고통이 발생할 때 고통의 1차적 감정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고통의 발생과 동시에 뇌에서 쾌감이 발생하는 상황을 끊임없이 상상한다.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은 너무나 귀한 것이고, 성취를 위한 소중한 기회이며, 마음껏 누려야할 감정으로 재해석한다. 그렇게 고쳐 생각하다보면 1차적 감정인 고통과 재해석된 감정인 쾌감은 합체가 되어 동시에 발생하는 하나의 뇌패턴이 된다. 그러면 고통을 보다 쉽게 극복하게 된다. 세계적인 선수나 기량이 뛰어난 러너들의 공통점은 극한 고통이 따르는 훈련도 포기하지 않고 기꺼이 감수한다는 점이다. 극심한 고통도 감내하는 강인한 멘탈의 근저에는 고통을 재해석하는 뇌 속 과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해 본다.
달리기 뇌과학 기법2 – 이미지 트레이닝 기법

효율적인 달리기를 위해 우리는 자세나 동작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 그리고 이상적인 동작과 자세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상적인 자세와 동작으로 근사한 런닝 퍼포먼스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바른 동작을 머리로는 정확히 알더라도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은 이미 몸에 깊숙이 밴 습관을 고쳐야 하기에 쉽지 않다. 자신의 자세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접하거나, 제 3자로부터 피드백 받거나, 자신이 뛰는 영상을 보면서 스스로 모니터링 하면서 반복 연습 해야 한다. 이때 몸에 밴 습관적 동작에서 탈피해 좋은 동작이 구현되도록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면 효과적이다. 이것이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나는 달릴 때마다 교정하려는 동작이 항상 있고, 좋은 동작이 구현되도록 한 가지 이상의 이미지는 항상 마음속에 떠올리며 달린다. 그런 이미지는 어떤 은유적인 동작일 수도 있고, 가장 이상적인 동작 자체가 이미지일 수 있다. 아니면 어떤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단어’나 ‘문구’를 계속 되뇌이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면 팔을 뒤로 칠 때 ‘팔뚝이 수면 위를 스쳐서 물을 힘차게 뒤로 보내는 모습’을 상상하며 달릴 수 있다. 또는 가장 이상적인 팔치기 동작을 세밀하게 쪼개서 분석한 후 그와 똑같이 해보는 것도 이미지 트레이닝의 한 방법이다. 아니면 힘찬 팔치기 동작을 위해 마음 속으로, 또는 작은 음성으로 ‘팍’ ‘팍’ 이런 단어를 계속 읊조릴 수도 있다. 온몸에 힘을 빼고 싶을 때 문어를 상상한다든지, ‘극강의 이완’, ‘덜렁덜렁’ 이라는 단어를 되뇌일 수 있다. 훈련이 힘들 때 자주 사용하는 이미지 중 하나는 나를 애워싼 100명의 러너들이 나와 함께 달리며 나의 달리기를 도와주고 응원하는 이미지다. 이 이미지는 언제나 나에게 힘을 준다. 이미지 트레이닝의 방법은 자신이 창의적으로 개발하면 무궁무진하다.

달리기 뇌과학 기법3 – 모델링 기법

모델링 기법은 이미지 트레이닝의 한 종류일 수도 있다. 달릴 때 내가 목표로 하는 기록대의 한 선수를 떠올린다. 그 선수가 나의 롤 모델이 된다. ‘지금의 내’가 내가 아니라 '그 선수'라고 생각하며 뛴다. 그러면 내가 그 기록을 달성한 기분이 들어 흥분이 고조된다. 그 선수의 뇌를 내 머릿속 뇌와 바꾸는 (엽기적인) 상상도 한다. 그의 머릿속에 어떤 뇌가 들어있길래 그런 동작이 나올까, 나도 그 사람과 비슷한 뇌작용이 일어나면 그 페이스로 뛸 수 있을 거란 상상도 한다. 요즘 나는 ‘최경선’ 선수를 많이 떠올린다. “내가 최경선이다!”

달리기 뇌과학 기법4 –시뮬레이션 기법

무시무시한 인터벌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는 전날 밤. 나는 인터벌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적용해 보았다. 자기 전에 다음날 있을 인터벌 훈련을 아주 세밀하게, 생생하게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다. 동작 하나하나, 감정 하나하나, 강렬한 눈빛, 거친 호흡, 그리고 고통의 적막 한가운데서 한바퀴 한바퀴. 중요한 것은 아주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상상해보는 것이다. 시작하기 전 두려운 마음이 들 때 어떻게 그 상황을 받아드려야 할지, 훈련 중 고통이 시작되었을 때 어떤 마음으로 받아드려야 하는지, 당장 포기하고 싶은 극한 사점에 도달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결국 인터벌 스케줄을 깔끔하게 소화해 내는 한편의 영화를 찍는 것이다. 그러면 가끔 꿈에서도 인터벌 훈련을 하는 꿈을 꾼다. 자면서 성공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다. 그렇게 시뮬레이션을 하고 나면 내가 구체적으로 상상한 그 시나리오대로 인터벌 스케줄을 성공하곤 했다.

나는 최신식 무기를 갖고 있다!

나는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아마추어 러너이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스포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일반인들을 지도하는 엘리트 출신 감독들을 만나면 내가 알고 있는 달리기 지식이 한참 부족하고, 잘못된 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직도 나는 뒷발 착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동작이 크고 체공 시간이 길어 달리기할 때 비효율적이다. 특히 부상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그래서 나는, 부상은 신의 영역이라고 말하곤 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지도하는 러닝 그룹에서는 선수들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트레이닝 시키는지 정말 궁금하다. 지금은 비록 목표로 하는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단계가 남아있지만, 나에게는 몇 가지 무기가 있다. 나는 달리기 할 때 내 존재를 모두 걸고 몰입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긴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뇌과학’이라는 최신식 무기가 있다.

“당장 포기하고 싶은 극한 사점에 도달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결국 인터벌 스케줄을 깔끔하게 소화해 내는 한편의 영화를 찍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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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홍서린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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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20년 8월호


평범한 브라톱 THIS IS THE NORMAL.
왜 쳐다보나요, 그냥 달리는 건데.
러닝 중 위협이란 무엇인가?
나의 즐거웠던 시합.
코로나 시대의 방구석 러닝 챌린지.
체크하자 R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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