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운동선수가 겪을 수 있는 3가지 증후를 체크하자 RED-S!

기사작성 : 2020-11-04 17:37

여성운동선수가 겪을 수 있는 3가지 징후와 에너지 결핍에 대해서 알아보고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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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의대 학업을 거의 마쳐갈 무렵 해외로 선택실습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해외병원의 교수가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실습하도록 허가만 해주면 학생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었는데, 이게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긴 쉽지 않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7년동안 가슴 속에 품어왔던 하버드의대 부속 러닝센터를 담당하는 교수님께 장문의 이메일을 한통 보냈다. 내가 달리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달리기가 어떻게 진로를 바꾸었는지, 내 달리기 기록은 어떤지, 고등학생 때 미국 연령대 국가대표였고 10km 28분 주자였던 교수님에 비하면 비루한 기록이지만 달리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많이 어필했던 거 같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답장은 없었다. 그렇게 포기하려던 순간 셋째 날 흔쾌히 와도 된다는 답장을 받았다.

양예빈은 왜 느려졌을까?

작년 5월 설레는 가슴을 안고 미국으로 향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교수님이 썼던 논문들을 정독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나는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청소년 선수들 및 여성선수들의 건강과 재활이 교수님 연구의 관심사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러닝클리닉에서 교수님과 봤던 환자들 중 UFC 선수, 육상 국가대표, 트랙스미스 파운더 등 여러 유명인사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고 감명 깊었던 부분은 어린 엘리트 여성선수들을 만날 때였다. 하지만 한달이라는 실습기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한국 의사국가고시와 미국의사면허시험을 병행하며 소중했던 경험이 기억속에서 무뎌가고 있었다. 그러다 올해 유투브 알고리즘이 안내해준 양예빈 선수의 경기 영상과 얼마전 기사를 보며 조금씩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작년 7월 400m를 55초 29로 달려 한국여자 여중생 신기록을 세웠던 양예빈 선수. 지난 6월 18세 이하 육상경기대회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400m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기록이 어땠을까 궁금해 찾아보니 58초 18, 작년에 비해 2초 29 느린 기록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기사를 보니 고등학생이 되고 피로골절로 인해 두 달 정도 재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세한 부상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피로골절이라는 것을 보고 하버드 러닝클리닉에서 만났던 대학생 선수가 떠오르며 그때 배웠던 개념이 생각났다. 여성 선수들의 피로골절, 과연 강도 높은 훈련이랑만 관계가 있는 걸까?

여성운동선수 3징후 및 스포츠에서의 상대적 에너지결핍

‘여성운동선수 3징후(Female athlete triad)’란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여성선수들 뿐만 아니라 과도한 운동을 하는 여성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적 이상으로 1) 섭식장애 2) 무월경 3) 골밀도 감소를 특징으로 한다. 운동 종목 중에서도 체중 조절이나 체형이 중요한 마라톤, 체조, 발레, 피켜스케팅 등에 참여하는 여성선수에게 관찰될 수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비슷한 종목에 참여하는 남성에게도 호르몬 이상 및 골밀도 감소가 나타날 수 있기 떄문에 2014년 국제 올림픽 위원회는 여성운동선수 3징후 개념을 조금 더 확장, ‘스포츠에서의 상대적 에너지 결핍(Relative Energy Deficiency in Sport, RED-S)’ 이론으로 발전시켰고, 2018년 그 사이 진행되었던 연구를 기반으로 업데이트된 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성명서에 따르면 스포츠에서 상대적 에너지 결핍은 여성운동선수3징후에서 나타나는 월경이상 및 골밀도 감소뿐만 아니라 성장, 위장기관, 내분비, 정신건강, 대사율, 면역력, 단백질 합성능력, 심혈관계, 혈액 등에 광범위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지구력 감소, 부상 위험의 증가, 훈련에 대한 반응 감소, 판단력 저하, 조정력 감소, 집중력 감소, 우울감, 글리코겐 저장 감소, 근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마라톤이나 육상 선수가 상대적 에너지 결핍 상태에 있으면 기록 향상이 저하될 수 있고 부상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하면 우리 몸에서 이용 가능한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 적게 먹거나 운동을 과도하게 할 경우 상대적 에너지 결핍 상태에 빠져 위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여성 운동선수의 경우 충분한 체내 이용가능 에너지는 하루에 제지방체중(체중-체지방량) 1kg당 45kcal인데 만약 이 값이 30kcal 미만이면 낮은 에너지 상태(즉 상대적 에너지결핍)에 이르게 된다.

상대적 에너지 결핍에 대한 진단과 치료

상대적 에너지 결핍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아직까지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위에서 언급한 체내 이용가능 에너지에 대한 측정이 어렵고,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와 진단이 어렵다. 또한 이 개념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도 이에 대한 교육이 단지 의료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선수, 감독, 운동 관계자들에게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하버드 스포츠의학 컨퍼런스에 참석한 163명의 의사, 물리치료사, 운동처방사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6%가 여성운동선수 3징후에 대해 들어봤다고 답했고 29% 정도만 상대적 에너지 결핍에 대해 들어봤다고 응답했다. 실제 현장에서 이런 환자들을 대하는 숙련도에 대해서는 13% 정도만 상대적에너지 결핍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답했고 나머지는 어려움을 표현했다. 즉 아직도 이 개념에 대해 생소한 전문가들이 많고 이런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지 많은 전문가 또한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일차적인 치료의 목표는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 양을 정확히 파악하고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 훈련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월경 이상의 치료를 위해서도 에너지 결핍을 회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뼈 건강의 회복을 위해서 칼슘과 비타민D의 적절한 보충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대적 에너지 결핍으로 인한 건강 이상, 부상, 퍼포먼스의 저하가 오기 전에 이 개념에 대해 인지하고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계속 피곤하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계속된다면 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 본인의 에너지 섭취와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월경이상, 더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여성 운동선수들의 경우 운동을 많이 하니까 당연히 월경이 오지 않는다고 알고 있을 수 있고, 월경을 건너 뛰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엘리트 코스를 밟는 여성 선수들의 경우 초경을 시작하면서 정상 주기로 자리잡기까지 불규칙한 월경이 1~2년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그 후의 불규칙한 월경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에 대회에 대한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체중감량을 위해 식단까지 조절하고 있다면 장기간 무월경이 지속될 수 있고,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뼈 건강에 중요한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감소하며 골밀도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골밀도가 낮아지면 결국 피로골절에도 취약해진다. 이로 인해 부상은 오히려 증가하고 기록은 원하는 만큼 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월경이상이 나타나면 본인이 식사를 충분히 하고 있는지, 훈련양이 갑자기 늘어나진 않았는지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에필로그

아무래도 한국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감독과 선수간의 엄격한 수직관계 속에서 여성 선수가 본인의 월경이나 사소한 증상들을 일일이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감독과 트레이너, 의료진들이 남성이라면 더욱더 이런 문제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상대적 에너지 결핍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먼저 나서 여성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해줄 전문가들이 더 많아진다면 좋을 거 같다. 초반에 언급했듯 미국 러닝 클리닉에서 만났던 유명인사들을 제치고 미국 디비전1(미국 대학교들은 디비전 1~3로 나뉘는데 1이 제일 수준이 높다) 대학교의 여성 육상선수가 제일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바로 그 선수가 상대적 에너지 결핍으로 인한 증상들을 보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미국 전역에서도 순위권에 들정도로 유망주였지만 대학교 1~2학년을 피로골절로 본인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자세하게 문진해본 결과 고등학교 때부터 월경은 불규칙했고 장기간 무월경인 상태가 지속된 적도 있었다. 영양섭취도 상대적으로 부족했으며 비타민 D 수치가 낮은 상태였다. 치료와 상담을 마치고 진료실을 나가며 교수님 말고는 이전에 아무도 본인의 월경과 영양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준 의사가 없다며 감사해하던 선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환자를 보고나서 교수님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성3징후를 보이거나 상대적 에너지결핍이 의심되는 환자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내게 물어보았다. 당시 나는 이 개념조차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부끄럽지만 모른다고 답했다.코로나 여파로 많은 대회들이 취소되었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마추어 러너로서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이번 컬럼을 통해 많은 여성선수들이 본인의 몸을 이해하고 부상 예방과 기량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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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임혜창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고려대학교 안암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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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20 10월호


여덜 개 호텔에서 쉬며 달렸다. 러너이자 작가들의 定住(정주)와 力走(역주).
러닝이 무릎을 망친다고? 진실을 파헤쳐 보자. 무릎을 망치는건 러닝이 아니야!
코로나 시대의 달리기 동기부여법. 우리가 '왜 달리는지'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이다.
신으면 "와!"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러닝화 , 수피어, RO-70, Goov-001.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장대 높이뛰기 진민섭과 높이뛰기 우상혁의 브라더 후드.
러너와 따릉이 중 누가 더 빠를까? 오르막 성지 북악에서 열린 힐 클라임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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