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에서 땅끝까지 다시 시작할 거예요." ㅡ '백두대간 땅끝까지' 프로젝트 | 트레일러너 이빈

기사작성 : 2020-11-11 16:19

제주에 사는 이빈은 울트라 트레일러너입니다. 10월 10일 새벽 4시 진부령에서 출발해 그로부터 17일 7시간 13분이 지난 10월 27일 오전 11시 13분 천왕봉에 도착함으로써 백두대간 여성 FKT(Fastest Known Time)라는 성과를 만든 이빈의 뜨거운 트레일러닝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본문


Who dares Wins. ‘도전하는 자가 성공한다’는 말인데요. 백두대간 일시 종주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아무나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기간의 차이일 뿐 일단 도전하면 누구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다른 누군가가 가지 않은 미지의 울트라 트레일을 개척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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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령 출발 직전


‘백두대간’을 아시나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한 번쯤 종주하길 원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분단 상황이라 진부령까지밖에 갈 수 없죠. 남한 백두대간은 약 780km, 직장인 등산객이라면 주말을 이용해 2년에 걸쳐 이 길을 종주합니다. 좀 더 자유롭게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30~40일이 걸리고요. 빠르면 빠를수록 완주 시간은 짧아집니다. 비법정 탐방로를 우회하는 문제로 완전하게 동일한 거리, 고도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백두대간 일시 종주의 가장 빠른 기록은 13일 12시간 28분(천왕봉에서 진부령, 주행거리 771km, 누적 상승고도 5만557m ㅡ 고민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에 사는 이빈은 울트라 트레일러너입니다. 태국 치앙라이 231km와 파노라믹 100mile, 말레이시아 the most beautiful thing 103km 등을 완주해 입상한 이력이 있죠. 그런 그의 발길이 향한 곳이 백두대간이라는 건 숙명처럼 보입니다. 빠르게 종주하려면 가벼워야 합니다. 가벼운 몸으로 빠른 기록을 내려면 경우에 따라 숙식에 대한 외부 지원도 불가피하죠. 10월 10일 새벽 4시 진부령에서 출발해 17일 7시간 13분이 지난 10월 27일 오전 11시 13분 천왕봉에 도착함으로써 백두대간 여성 Fastest Known Time(진부령에서 천왕봉, 주행거리 779km, 누적 상승고도 5만3972m)라는 성과를 만든 이빈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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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Q. 백두대간 일시 종주는 언제 처음 생각했어요?
A. 9월 초였어요. 코로나19로 올해 레이스도 없는 상황에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백두대간이 떠올랐어요. 트레일러닝을 처음 시작한 2016년부터 머릿속에 늘 있었던 곳이었죠. 제가 초등학생 때,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대구간 종주를 하기도 했고요. 더 늦기 전에 그 길을 달리고 싶었어요.

Q. 10월 10일 출발했으니 준비 기간이 짧았겠어요.
A. 왜 더 일찍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아쉬웠지만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으니 하루라도 일찍 출발해야 했어요. 하루에 몇 킬로미터를 달릴지, 어디에서 중간 보급을 받고 어디에서 숙박을 할지 등 전체 일정을 짠 뒤 몇 군데 업체에 물품 지원을 요청했어요. 현재 소속 선수로 활동하는 살로몬과 순토, 그 외에 아미노바이탈에서 에너지젤을 지원받아 대간길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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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복령에서의 차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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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Q. 종주 기간을 통틀어 언제 가장 힘들었나요?
A. 우선 부상이죠. 출발한 지 7일 정도 지나 소백산을 내려갈 때쯤 내측광근에 이상이 왔어요. 시기적으로 건조한 때라 산길에 낙엽도 많았고 흙이 다 말라 하산 중 미끄러지지 않으려 특정 근육을 많이 썼던 것이 화근이었던 듯해요. 달려갈 수 있는 곳도 걸어야 했죠. 그 바람에 애초 일정이 많이 지연됐고요. 그리고 아빠 생각이 많이 났던 거? 아빠와 오래 전 걷던 생각이 나서 몇 번이고 눈물이 났어요.

Q. 반면에 잊을 수 없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A. 설악산이 떠오르네요. 25년 만에 간 거거든요. 일시 종주 시작하고 처음 오른 구간이 공룡능선이라 컨디션도 무척 좋았을 때였어요. 주말이어서 등산객들이 많았는데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시면 호기롭게 ‘땅끝까지 간다’고 대답했죠. 그때 돌아오는 응원에 너무 힘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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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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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차 새벽, 속리산 오르기 전


Q. 애초 계획이 백두대간 종주 후 산줄기를 타고 땅끝까지 가는 거였죠?
A. 오래 전 해남 달마산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이왕 백두대간 일시 종주를 시작했으니 한 번 땅끝까지 이어보고 싶었고요. 여러 상황을 고려해 백두대간 일시 종주를 마치고 잠시 중단해야 했지만 오는 12월 첫째 주에 땅끝까지, 못 간 그 길에 다시 오를 계획입니다. 보통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쳐다보기도 싫다고 하던데 저는 천왕봉에서 마무리하며 내려갈 때부터 ‘내년에 더 빠른 시간을 목표로 백두대간 FKT에 재도전하겠다’고 다짐했어요.

Q. 백두대간 일시 종주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 부탁드려요.
A. 목표한 기록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누적되는 거리로 인한 피로와 그로 인한 부상도 있었고 국립공원을 넘어야 하니 입산 시간을 맞추지 못한 부분도 있었거든요. 야간 산길에 대한 두려움에 속도를 더 내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요. 그래서 어두울 때 함께 달려줄 페이서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리커버리와 스트레칭은 하루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 것!(웃음) 백두대간 일시 종주는 무조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니 언제든 플랜 B가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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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차, 덕유산


Q. 어떤 트레일러너가 되고 싶어요?
A. Who dares Wins. ‘도전하는 자가 성공한다’는 말인데요. 백두대간 일시 종주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아무나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기간의 차이일 뿐 일단 도전하면 누구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다른 누군가가 가지 않은 미지의 울트라 트레일을 개척하고 싶어요.

사진 제공 푸르나(유희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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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장보영

<러너스월드 코리아> 에디터, <아무튼, 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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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20 10월호


여덜 개 호텔에서 쉬며 달렸다. 러너이자 작가들의 定住(정주)와 力走(역주).
러닝이 무릎을 망친다고? 진실을 파헤쳐 보자. 무릎을 망치는건 러닝이 아니야!
코로나 시대의 달리기 동기부여법. 우리가 '왜 달리는지'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이다.
신으면 "와!"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러닝화 , 수피어, RO-70, Goov-001.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장대 높이뛰기 진민섭과 높이뛰기 우상혁의 브라더 후드.
러너와 따릉이 중 누가 더 빠를까? 오르막 성지 북악에서 열린 힐 클라임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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