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브라더후드 |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사작성 : 2020-12-11 15:07

‘러닝 브라더후드’ 2020년 10월호는 국가대표 육상선수 진민섭과 우상혁을 인터뷰했다.

본문


수년째 한국 육상의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선수, 장대높이뛰기의 진민섭과 높이뛰기 우상혁은 국가대표 하이 점프(High Jump)팀으로 동거동락하며 훈련하고 있다. 함께하기에 더욱 빛나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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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섭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육상 장대높이뛰기 동메달, 장대높이뛰기 한국신기록 5m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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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 |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높이뛰기 은메달, 개인 최고기록 2m 30cm

We are national team players
가장 최근에 있던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에서 두 사람이 모두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비결이 있었을 것 같다.
진민섭 대부분 선수들이 기초 훈련보다 본 운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로 본 운동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초 운동을 많이 해보자’ 했는데, 역시나 정답은 기초였다. 국내 선수들을 보면 오히려 고등학교 때 잘했는데 대학교, 실업팀 가서 실력 발휘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청소년기의 훈련을 생각해보면 거의 기초에 모든 것이 있었다. 성인이 되면 자기 입맛대로 훈련하거나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기술 운동만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에 잃은 것도 많았지만 그런 것을 몸소 느꼈다는 데서 얻은 것도 있다. 그리고 본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다 보니까, 한 번할 때 집중해서 훈련에 임하게 됐다. 그런 요소가 오히려 신기록을 세우게 해준 비결 같다.

우상혁 나는 지난해 12월부터 국가대표 하이 점프(High Jump) 코치님인 김도균 선생님과 민섭이 형과 훈련하게 됐다. 그전까지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운동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단 걸 깨달았다. 김도균 선생님의 체계적인 운동 스케줄 덕에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몸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기술 종목인 경우는 느낌이 정말 중요한데, 바(Bar)를 넘을 수 있다는 느낌이 많이 왔다. 훈련이 잘되어 있으니 당연히 ‘기록은 나올 것이다’ 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신기록을 세우고 나서의 기분이 궁금하다.
진민섭 당연히 좋았다. 한국 신기록이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대회 신기록이란 말도 좋다.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우상혁 처음에는 몰랐는데 주변에서 ‘대회 신기록’ 세웠다고 하면 같은 높이를 넘었을 때보다 더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두 사람은 둘 다 국가대표 육상선수이지만 다른 종목, 다른 실업팀 소속이다. 같이 훈련하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진민섭 나와 상혁이는 공통점이 있다.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실업팀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과 도움이 필요할 때 좋은 지도자를 만났다는 점이다. 나도 슬럼프가 왔을 때 지금 코치님인 김도균 선생님이 ‘같이 한 번 해보자, 할 수 있다’고 해주셔서 슬럼프를 극복하고 현재의 좋은 기량을 되찾을 수 있었다. 상혁이의 경우도 작년에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김도균 선생님에게 받았던 도움을 후배인 상혁이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도균 선생님과 이야기해서 함께 운동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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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brotherhood
둘은 언제 처음 알게 됐나? 처음부터 친했나?
진민섭 알기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알았다. 원래도 친했지만 최근 7~8개월 동안 함께 훈련하느라 매일 같이 붙어있다 보니 더욱 친해졌다.

우상혁 공통점이 있어서 더 빨리 친해졌다. 우리는 둘 다 ‘세계 주니어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민섭이 형이 2011년에 먼저 금메달을 땄고 나는 2015년도에 땄는데, 나는 형의 그런 전적을 알고 있어서 친해지기 전부터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민섭이 형을 보며 ‘우리나라 선수도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딸 수가 있구나,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나도 금메달을 딸 수 있던 것 같다.

동고동락하며 함께 훈련하다 보면 주고받게 되는 영향이 많을 것 같다.
우상혁 진섭이 형은 일상생활에서 엄청나게 털털하다. 반면 나는 잠도 혼자 자야 하고 밤에 누가 떠들면 엄청 신경이 쓰이는 등 예민하다고 할 수 있는 편인데 형이랑 생활하면서 나도 그렇게 조금은 덜 민감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나는 이제 슬럼프를 막 벗어난 참이고 형은 몇 년째 한국 신기록 보유자로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기에 운동적으로도 배우는 게 많다. 나로서는 형에게 뭐든 다 배우는 입장이다. 특히 나는 원리를 가지고 훈련을 하는 부분이 약한데, 형이랑 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이 강해지고 있다.

진민섭 상혁이를 옆에서 지켜보면 상혁이는 나나 코치님이 피드백을 주면 그 말을 믿고 받아들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나는 이제 형으로서, 선배로서 무너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상혁이가 나를 좋게 봐주는 마음이 고맙다. 서로 같이 잘 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다.

서로를 보며 ‘독하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나?
우상혁 형은 쉴 때도 그냥 쉬지 않고 준비를 하며 쉰다. 몸을 최우선으로 관리한다. 어디냐고 물으면 병원이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아프지도 않은데 웬 병원이냐?’고 묻는데, 그럼 형은 ‘평소에 관리하는 거지’라고 답한다 한국 신기록을 깨는 이유가 다 있다.(웃음)

진민섭 사실 나는 독하다는 표현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 말이 어떻게 보면 멋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는다는 의미다. 독한 건 사실 해봐야 일주일 이상 못 간다. 먼저 선수의 몸이 지치고 그렇게 되면 부상 위험도 커지고 그러면 사람이 무척 예민해질 수 밖에 없으니까. 나는 그것보다는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I'm a special high jumper
각자의 종목이 가진 종목이 매력이 궁금하다.
진민섭 일단 ‘장대’라는 기구를 사용하는 종목이라 까다롭고 어렵다. 그런데 그래서 재밌다. 나는 장대높이뛰기가 육상의 모든 것을 합쳐놓은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체력, 스피드, 점프력, 거기다가 힘도 좋아야 한다. 때로는 무섭기도 하고 어렵기 때문에 더 재밌다.

우상혁 점프 뛰었을 때 붕 뜬 느낌이 무척 매력적이다. 아마 해본 사람만 알 수 있겠지만 바를 넘어갈 때 나 자신을 이겼다는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점이 높이뛰기라는 종목의 매력일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합이 언제인가?

진민섭 2014년 아시안 게임이다. 당시 나는 한창 기량이 좋았을 때라 금메달을 따서 이후의 진로를 선수 생활에 집중하는 쪽으로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변수가 생겼다. 갑자기 비가 왔고, 하필 내 기록에 미치지 못하는 기록을 넘었다. 결국 동메달을 땄고 이틀 뒤에 입영통지서를 받아 군대에 갔다. 그래서 그 시합이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이후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선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가 왔고, 극복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도 아시안 게임이 제일 생각하고 싶지 않은 대회이지만 가장 잊히지 않는 대회이다.

우상혁 나는 올해 ‘호주 캔버라 하계 대회’에서 2m 30cm을 넘었을 때가 떠오른다. 시합 때 넘은 2m 30cm이라는 기록은 내가 4년 만에 다시 넘은 PB였기 때문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기술 훈련에 들어간지 두 달도 정도였고, 점프도 몇 번 안 한 상황이었는데도, 시즌 초반 경기에서 좋은 기록을 내니 올해에 해야 할 큰 숙제는 했다는 안도를 했다. 덕분에 이후의 경기들은 편한 마음으로 뛸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종목에서 명실상부한 국내 1위다. 이제 국내에는 라이벌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수가 기량을 높이기에는 긍정적인 부분만은 아닐 것 같다.
진민섭 그런 부분 때문에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어쨌든 국내에선 혼자 성장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라이벌을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시합장에서 최고 높이를 걸었을 때 그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가지고 ‘놓치지 말자, ‘기회를 잡자’ 그런 식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코치님에게 ‘할 수 있다’고 동기부여를 많이 받는다.

우상혁 나는 내 기록을 깨지 못한 지가 4년 정도 됐다. 한국 신기록이든 개인 최고기록이든 갱신할 만한 기회들을 살리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전까지는 시합 때 오는 그 기회의 소중함을 몰랐다. 그전까지는 기록을 갱신할 기회가 왔을 때도 1차 시기에서 넘지 못하면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거야” 하고 물러섰다. 최근 민섭이 형이나 코치님을 통해서, 1년에 몇 번 오지 않는 기회일 수 있고, 평생에 걸쳐서도 오지 않을 소중한 기회임을 깨달았다. 더 도전하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자기 자랑을 좀 해달라. 선수로서 어떤 장점이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로 만들어주는 것 같은가?
진민섭 내 장점은 안 좋은 건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 건 더 좋게 만들려고 한다는 점이다. 다른 선수보다 정신력이 좀 더 강한 편이다.

우상혁 나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현실을 인정하고 거기서 더 나아질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좋은 컨디션으로 훈련하는 것을 항상 1순위로 둔다. 때문에 놀 때 놀더라도 몸에 나쁜 영향이 갈 만한 행동은 자제하는 절제력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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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come difficulty
슬럼프가 왔던 적도 있나? 원인은 뭐였는지 궁금하다.
진민섭 2015년도였다. 보통 부상이 오면서 슬럼프는 시작된다. 부상이 오면 빨리 회복하고 싶고, 마음이 급하다 보니까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또 시합을 준비했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슬럼프가 오게 됐다.

우상혁 나는 작년에 슬럼프가 왔다. 나도 부상을 입음과 동시에 왔다. 부상이 제대로 안 나았는데도 제대로 쉬지 않고 훈련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아프면 잠깐 쉬고, 다시 훈련에 들어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시합 때 말이 안 되는 기록이 나왔다. 그때부터 그래프가 아래로 꺾였다. 아픈데 기록까지 떨어지니까 자신감도 없어지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지고 안에만 있고 싶었다. 예민해지고 기록은 더 줄었다.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나?
진민섭 한 3년 정도로 슬럼프가 길게 갔었다. 그런 와중에 지금 코치님이신 김도균 선생님이 먼저 손을 내미셨다. 선생님이 “너 지금 너무 아깝다, 조금 쉬었다가 천천히 만들어가면 되는데 너무 조급하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때부터 함께 훈련해서 천천히 기량을 쌓아왔다. 지금이 전성기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다.

우상혁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방황하고 있는데 김도균 선생님과 민섭이 형에게 ‘같이 훈련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그때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기량을 되찾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사실 좀 더 길게 봤다. 코치님이 바뀌면 훈련 스타일이 바뀌게 되니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올해 초반에 PB(개인 최고기록)만큼은 뛰었다. 그리고 이상을 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되찾았다. 기초적인 훈련이 잘 됐다. 김도균 선생님에 대한 믿음도 생겨서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게 됐다.

We have a bigger dream
부상 때문에 슬럼프를 겪고 있는 선수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면 좋겠다.
진민섭 ‘시간을 두고 완벽하게 회복과 재활을 하고 필드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선수들이 보통 그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필드로 돌아와 훈련한다. 그러다 보면 부상이 재발하고 또 다른 부상이 생기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그렇게 몇 년씩 가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니까 아플 때는 하늘에서 ‘쉬어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푹 쉬었으면 좋겠다. 쉬는 것도 용기라고 말하고 싶다.

우상혁 민섭이 형의 말에 동의한다. 회복과 재활을 하는 이유 훈련을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 기초를 생략하고 바로 필드로 돌아와 훈련을 하기 때문에 슬럼프가 반복되는 것이다. 시합이 다가온다고 안절부절못하면서 훈련하면 답은 정해져 있다. 계속 안 좋아진다. 과감히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게 현명하다.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가?
진민섭 당연히 올림픽 메달이다. 운동선수의 최종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선수가 처음 가지게 되는 목표는 국가대표 되는 것, 그 다음이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은 하늘에서 내려준 메달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많은 다른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더라 하더라도 올림픽 대회에 나가서는 실수하는 사람이 더 많고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생 내 이름이 나라에 남지 않냐, 상징적이다.

우상혁 마찬가지다. 물론 더 노력해서 기록을 늘려야 할 테지만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지점에 와 있다. 그렇기에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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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하예은(Yeeeun Ha)

<러너스월드 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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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20년 12월호


-특집 PROJECT! 올겨울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자
-<러너스월드> 편집부가 뽑은 2020 최고의 러닝 기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러너, D라인 러너! 임신 중 달려도 괜찮을까?
-달리기를 쉬자, 러닝화를 잠시 넣어두고 싶은 마음을 용서하자
-인종 간 분열이 극심한 밀워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함께해서 배불렀습니다" | 원주 '배부른산'과 트레일러닝팀 'K.M.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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