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 인종간 분열이 극심한 이 도시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자들이 등장했다

기사작성 : 2021-02-17 17:00

인종간 분열이 극심한 이 도시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자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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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 인종간 분열이 극심한 이 도시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자들이 등장했다

2019년 5월이었다. 화요일 퇴근 시간이 되자 에너지가 들끓었다. ‘리버웨스트 필링 스테이션(Riverwest Filling Station)’은 밀워키 이스트 사이드(East Side) 지역 근방에 위치한 동네 레스토랑 겸 술집이다. 테니아 피셔(Tenia Fisher, 36세)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저녁 러닝에 앞서, 레스토랑 밖에 있는 주차장에서 워밍업을 시작하기 위해 러닝 동호회 ‘F.E.A.R(다 잊어버리고 달리자, Forget Everything And Run)’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바로 지난달 다섯 번째 시즌을 출격시킨 F.E.A.R 멤버들은 수없이 먼 거리를 함께 달리며 마라톤 훈련을 했고, 달릴 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서로 격려의 말을 주고받았다. 지난 몇 년간 그들은 단순한 러닝 동호회 멤버가 아니라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됐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그들은 철망 울타리 앞에 모여 주먹을 치켜들고 포즈를 취했다. F.E.A.R 인스타그램에는 ‘최고의 팀이 다시 뭉쳤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도시의 길목을 6.4km가량 가로질러 달린 뒤 술집으로 다시 돌아와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은 다음, 기념맥주 아래에 깔려 있던 냅킨으로 땀을 닦아내는 것에서 그들은 행복을 느낀다.

F.E.A.R의 목표는 밀워키의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러닝이라는 스포츠, 특히 장거리 러닝을 선보이고 보다 자주 노출함으로써 ‘인종간 체력적 간극을 메우는 가교가 되는 것’이다. F.E.A.R는 밀워키 지역의 청년 전문직 종사자들의 인종 다양성과 인종통합을 추구하는 단체 ‘소셜 X MKE’에서 파생된 그룹으로, 멤버 대부분이 밀레니얼 혹은 젠Z 세대다. 그들의 특징은 이 도시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참여하는 러닝 동호회라는 점이다. F.E.A.R의 리더이자 소셜 X MKE의 부회장 래널 워싱턴(Ranell Washington, 38세)과 소셜X MKE의 보건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피셔의 말을 빌리자면, 거의 모든 멤버들이 유색인종이라고 한다.
미국의 다른 대도시에서는 F.E.A.R 인종 구성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대로 흑인들이 살기에 가장 힘든 지역으로 손꼽혔던 밀워키 지역에서는 학교 캠퍼스가 아닌 장소에서 BIPOC(Black, Indigenous, or People Of Color, 백인을 제외한 모든 인종을 통칭한다 ㅡ 옮긴이) 인종이 운동 삼아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위스콘신주의 흑인 인구는 가까스로 6%를 넘는다. 하지만 밀워키는 소수인 백인이 우세한 도시다. 밀워키에 거주하는 흑인들의 빈곤율은 아직 백인 밀집 지역보다 비해 거의 네 배에 달하며 건강, 교육, 지역통합 그리고 남성의 범죄수감률 등 전반적인 통계에서 지속적으로 가장 큰 인종간 격차를 보인다.
1960년대 밀워키 관내에서도 시민권 운동이 시작됐고, 그중에는 F.E.A.R가 달렸던 장소 리버웨스트 근방에서 열렸던 시위도 있었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밀워키는 그 오명을 씻어내지 못해 2018년도 ‘브루킹 인스티튜션’의 통계에서 미국 내에서 인종간의 균열이 가장 극심한 도시로 지목됐다.
F.E.A.R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멤버 중에는 위스콘신주 부주지사 만델라 반스(Mandela Barnes)도 있다. 그는 위스콘신 주 흑인 공직자 중에 가장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흑인 남성의 수감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악명 높은 밀워키 ‘우편번호 53206’ 지역에 거주했던 반스는, F.E.A.R와 같은 동호회들이 문화적 장벽을 제거하고 러닝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러닝이라는 스포츠가 전반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스, 피셔, 워싱턴은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존재합니다.” 반스는 F.E.A.R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스포츠에 진심으로 빠져들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스포츠를 소개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러닝 커뮤니티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러닝과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달리기에는 정말 많은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는 일단 먼저 러닝 동호회 스스로가 자신들의 결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종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균열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라고 반스는 말했다. 장거리 달리기에 뛰어난 아프리카계 러너들이 많이 있음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러너가 중거리나 스프린트 경기에 유리하다는 편견을 생각보다 자주 맞닥뜨린다. 하지만 고등학교 경기를 비롯한 곳곳에서 이러한 편견들은 점차 무색해져가고 있다. 위스콘신 밀워키 대학의 스타 육상경주 선수였던 피셔는 자신이 교내 크로스컨트리 팀에서 유일한 흑인 여성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저는 12살 때부터 달리기를 했어요.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항상 백인들 위주였죠. 나처럼 생긴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녀는 말했다.
흑인 장거리 러너로 생활하며 피셔가 겪은 일들은 그리 놀랍지 않다. 2019년 시장수요 조사기관인 ‘GfK MRI’는, 18세 이상인 미국 러너들 중 흑인은 약 9%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2011년 ‘러닝 USA’가 미국의 ‘주요 육상선수’들 중 흑인은 1.6%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코카시안 백인이라는 사실을 발표한 시점 이후 러닝이라는 스포츠에도 인종 다양성이 조금씩 갖춰지고 있지만, 피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의문이 생긴다. 왜일까?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러닝에는 비싼 장비나 회비가 들지 않는다. 괜찮은 운동화 한 켤레만 있다면 누구든지 길을 나설 수 있다. 피셔는 오히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오랜 세월 경제적으로 혹은 다른 방식으로 차별받았던 흑인들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아마추어 러닝이 유행했던 1970년대, BIPOC 가정에서는 러닝을 사치스러운 운동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워싱턴은 유색인종 지역사회 내에 ‘흑인들은 도망칠 때가 아니면 달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게다가 치안이 좋지 못한 지역에서는 집 주변을 달리는 것마저도 너무 위험하거나 안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달리고 싶어도 함부로 길 위에 나설 수 없다.
“그래서 러닝을 지역발전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죠.” 반스는 말했다. “아직 흑인 밀집 지역에서는 달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 동호회 멤버들이 마틴 루터 킹 도로를 따라 달릴 때면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곤 하죠. 흑인 러너가 신기한 거예요.” 피셔는 말했다.
위스콘신 러닝 커뮤니티의 현실을 살펴볼 때마다, 피셔는 어린 시절부터 유일한 흑인 러너로 생활하며 느꼈던 고독감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는 회원 대부분이 백인으로 구성된 위스콘신주 대형 러닝 동호회들을 언급했다. 그 동호회들은 자금 사정도 좋고 스포츠 브랜드의 후원도 많이 받고 있지만, 위스콘신의 BIPOC 러너들을 대우해 주기는커녕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피셔는 말했다. 일례로 2017년 그 동호회 중 한 곳에서 주최하는 마라톤 행사의 홍보를 돕기 위해 F.E.A.R가 그들과 접촉했는데, 흑인 러너의 이미지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마케팅 자료를 받아본 피셔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피셔는 그 자료를 돌려보내며 수정을 요청했다.
해당 동호회는 피셔의 요청을 받아들여 홍보물을 BIPOC 러너 이미지가 들어간 것으로 고쳤지만, 운영진이 교체된 뒤로는 단 한 번도 F.E.A.R에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레이스 주최자들 간의 인종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 그로 인해 흑인 동호회를 레이스에 초청하거나 후원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인종통합을 염원하는 F.E.A.R 멤버들의 좌절감을 부추길 뿐이었다.“ 왜 우리와 접촉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걸까요?


러닝 커뮤니티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러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달리기에는 정말 많은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왜 홍보자료 이미지에 들어갈 수 없죠? 우리도 엄연한 러너인데요! 하지만 그들은 응답하지 않았어요. 이런 현실이 분명 바뀌어야 합니다.” 레이스 주최자나 참가자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선입견, 즉 흑인 중에는 장거리 러너가 존재하지 않으며 장거리 러닝에 관심 갖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편견에 반박하는 일이 그들의 사명이라고 워싱턴은 말했다. 덧붙여 모든 러너들 위해 기존의 다운타운 부지나 강가에서 벗어난 지역으로 러닝 코스를 확장한다면 인종 통합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큰 진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러닝 코스 확장이 흑인 밀집 지역에 대한 외부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다양한 것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다음 세대에는 테니아 같은 어린 소녀도 차를 몰고 지나가다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달리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언젠가 저렇게 달리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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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일 년 후

2019년 봄맞이 달리기를 함께 한 지 1년이 지났을 무렵, 아머드 아버리(Ahmaud Arbery) 살해사건(미 조지아주에서 조깅을 하던 흑인 청년이 무장한 백인 부자가 쏜 총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 ㅡ 옮긴이)이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F.E.A.R 멤버들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큰 충격에 빠졌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청년으로서, 유색인으로서 그리고 가끔 흑인들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보이는 밀워키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러너로서, 그들은 이 세상에서 그들의 위치가 어디쯤에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버리 사건 이후로 달리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무슨 소리라도 들리면 깜짝 놀라게 되죠. 오빠가 둘 있는데 항상 걱정이 됩니다. 모두에게 달리기를 하자고 격려하고 있지만, 정작 러닝은 우리에게 안전하지 않습니다. 달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할 수 있으니까요.”
아버리의 죽음 이후에도 몇 달 동안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브레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 3월 13일 자정이 넘은 시각, 사복경찰 세 명이 테일러의 집으로 진입했다. 이를 강도로 오인한 테일러의 남자친구와 경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고 테일러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즉사했다. ㅡ 옮긴이), 그리고 레이샤드 브룩스(Rayshard Brooks, 6월 20일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테이저건을 빼앗아 달아나던 브룩스가 실랑이 끝에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 ㅡ 옮긴이)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미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밀워키에도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F.E.A.R 멤버들은 인종 통합과 평등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았다.
“아직까지 러닝은 백인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집 바깥을 걸어 다니거나 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호화스러운 일이죠.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달릴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치입니다. 우리는 회원들에게 근처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주변 환경을 인지하라고 당부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흑인 러너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F.E.A.R 운영진들은 이러한 현실을 BIPOC 러너들에게 알리기로 마음먹고 있다. 아머드 아버리 사건 다음 날 워싱턴은 러닝 팟캐스트 ‘크림 시티 페이서(Cream City Pacer)’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으며, 피셔와 함께 메트로 잡지에 협력해 아버리 살해사건이 미친 영향력에 대한 논평을 싣기도 했다. 또한 피셔는 소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걸스 온 더 런(Girls on the Run)’의 밀워키 지부에 인종 다양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내용으로 CBS 계열 뉴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무엇보다도 F.E.A.R는 러닝을 계속하고 있다. 들끓는 공포 속에서도, 달리는 내내 곱지 않은 시선을 감수하면서도, 문화적 상황이 그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면서도, 그들은 달리고 있다. 변화에는 움직임이 필요하다.“F.E.A.R의 러닝 신조는 우리가 이 사회에 뜻을 펼치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 저는 항상 러닝으로 내 의견을 내세웠고, 러닝으로 동기부여를 했으며, 러닝으로 영감을 얻었습니다.” 피셔는 말했다.

F.E.A.R 운영진들은 그들의 힘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모든 러닝 동호회들이 BIPOC 러너들이 겪는 어려움을 인지하고, 그들과 나란히 서서 변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지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워싱턴은 말했다. 포스트 펜데믹 시대에는 미국 전역의 러닝 동호회들이 그들만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다양한 인종의 러너들을 그들의 틀 안에 초대하고 자원을 공유하여, 마침내 모든 러너가 같은 시작점에 나란히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워싱턴은 소망했다.“우리 아군이 되어 달라고 매달릴 생각은 없어요.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고, 사람들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하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바로 주변 BIPOC 러너들이 처한 현실을 인지하는 것이라고 워싱턴은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직업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회의실 내에 있는 그의 높은 자리도 그를 인종적 선입견이나 차별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워싱턴은 쇼어우드(Shorewood) 근처 앳워터(Atwater) 공원, 그러니까 미시간 호수 강변을 따라 부유한 밀워키 교외 지역을 달릴 때마다 내일 뉴스 머리기사에 자기 이름이 실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내가 스트레칭을 하고 있거나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으면 영락없이 ‘수상한 사람’이 되는 거죠. 그러면 ‘하느님, 누가 절 따라오지 못하게 지켜주세요’ 하고 속으로 외치곤 합니다.” 워싱턴은 말했다. “경찰에게 몸수색을 당하지는 않을까,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운전 중에 검문을 받지는 않을까, 그리고 달리기에 안전한 장소는 어디에 있을까, 이러한 것들이 흑인 남성 입장에서 러닝을 할 때 걱정되는 요소들입니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두려움 그리고 공공도로에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죠. 그것이 무섭습니다.”
반스는 최근 새로운 도시로 이사한 친구와 나눴던 통화 내용을 회상했다. 그의 친구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의사로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해 뜰 무렵뿐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새로운 동네를 탐험하는 대신 트레드밀을 샀다. 집 주변에 있는 흑인들을 지나쳐 가기가 무서웠던 것이다.
반스는 덧붙였다. “처음에는 ‘의사라는 놈이 엄살은!’이라며 웃어넘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 대 맞은 기분이 들더군요. 내가 밖에서 달리고 있을 때는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모를 것이 아닙니까. 그냥 도로를 따라 달리는 평범한 흑인 남자로만 보이겠죠.”

러닝의 최대 장점은 달릴 때 홀가분한 기분을 느낀다는 점이다. 하지만 BIPOC 러너들은 수많은 암묵적 규칙들을 지키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신발끈을 묶는 등 사소한 행동을 할 때도 귀에서 이어폰을 뺄 것. 집을 나설 때는 반드시 신분증을 챙길 것. 위험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최대한 줄이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되도록 대학교 이름이 박힌 학교 티셔츠를 입을 것. 어두운색 옷은 눈에 띄지 않아 위험할뿐더러 지나가던 사람에게 도둑으로 몰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피할 것.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미소를 지을 것.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을 달릴 때는 당신을 뒤따르는 사람이 없는지 살필 것. 밤에 달리지 말 것. 후드티를 입지 말 것 등등. 피셔는 홀로 나서는 야외 달리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거리를 달리는 흑인 여자,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죠. 저는 혼자 달릴 때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계속 신경 써야 하거든요.”워싱턴은 이렇게 덧붙였다. “동료들과 함께 달릴 때 가장 좋은 점은, 주변에 10명에서 20명 정도가 모여 있으니까 확실히 안전하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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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주년을 맞이한

F.E.A.R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 달리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러너 수십만 명이 아머드 아버리와 사회 정의를 기리며 아머드의 사망일인 2월 23일을 상징하는 2.23마일(약 3.6km)을 달렸던 날을 시작으로 변화에 가속이 붙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정말 의미 있는 일이죠. 달리기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 눈앞에서 세상이 변하고 있어요.” 피셔는 말했다.
2018년부터 F.E.A.R의 멤버로 활동했던 패트릭 체이브스(Patrick Chaves)에게 이 동호회는 그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피부색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카트리나 허리케인 이후 뉴올리언스를 떠나 위스콘신에 정착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넘어서서 부당한 취급을 당할 때 F.E.A.R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고. 그중에는 어떤 여자가 그들에게 주차장에서 허락 없이 운동하지 말라며 내쫓으려 했던 일화도 있었다. “우리 피부색 때문이었죠.” 코스타리카계 미국인인 체이브스는 말했다.
크고 작은 분쟁이 있기는 해도 F.E.A.R는 이런 다툼으로 의욕을 잃어버리거나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밀워키는 인종간 분열이 가장 심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이 동호회에서는 이런 분열을 느낄 수 없죠.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마라톤이든 구직활동이든, 멤버들끼리 서로를 위해 응원하죠. 나는 F.E.A.R를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밀워키 러닝 커뮤니티는 물론 더욱 큰 규모의 러닝 커뮤니티에까지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것이 바로 F.E.A.R가 변화를 주도하며 힘찬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태동하는 이유다. F.E.A.R는 ‘밀워키의 모든 지역’에서 달리기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워싱턴과 피셔가 말했다. 그들은 스포츠 회사와 스포츠용품 브랜드에 BIPOC 러닝 그룹을 후원해줄 것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모든 마라톤 행사에 BIPOC 인종을 선보일 것을 주장하며, 멤버들과 미래 세대 러너들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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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그레이스 테일러(Marygrace Taylor)

헬스&웰니스 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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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월드 코리아>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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